서울시가 추석을 앞두고 과대·재포장 집중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불필요하다고 인식하는 포장재 상당수가 단속 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한국환경공단 등 4개 전문기관과 함께 다음달 2일까지 2주간 백화점·대형할인점을 대상으로 과대·재포장 합동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 규제는 과일 완충제, 부직포 가방 등 많이 사용되는 포장재 일부를 예외로 두고 있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매년 이뤄지는 '과대포장 집중단속'에도 명절만 지나면 쓰레기가 쌓인다. 규제 예외가 많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속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매년 이뤄지는 '과대포장 집중단속'에도 명절만 지나면 쓰레기가 쌓인다. 규제 예외가 많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속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띠지·완충재·부직포 가방은 "포장 아니다"

환경부의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과일에 두르는 코팅 종이 띠지, EPE(발포폴리에틸렌) 소재 완충재, 부직포 가방 등은 포장 횟수나 포장공간비율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과일 선물세트의 경우 종이 상자 안에 스티로폼 받침대와 꽃받침 모양 완충재, 코팅 종이 띠지 등이 사용되지만, 이는 과대 재포장 단속 대상이 아니다. '비닐이나 얇은 플라스틱 상자로 전체를 감싸 묶어 다시 포장한 경우'만 단속 대상에 포함되고 띠지 포장 등은 제외된다.

낱개 포장도 마찬가지다. 과일을 비닐로 하나씩 포장한 뒤 상자에 담으면 개별 포장은 계산하지 않고 '1회 포장'으로 간주된다.

김태희 자원순환연대 부장은 "과대포장 규정에 빠진 품목이 굉장히 많다”며 “의약품을 비롯해서 새로 나오는 상품 중 실제로는 과대포장인데 단속되지 않는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안으로 숨어드는 포장…"박스 안까지 다 열어볼 순 없어"

단속반이 육안으로 과대포장 의심 제품을 발견하면 한국환경공단 등 전문기관에서 포장공간비율을 측정한다. 

정미선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과대포장 여부를 눈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 의심 제품을 적발하면 전문기관에서 환경부 기준에 따라 실제 제품이 포장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교묘한 회피도 늘고 있다. 김태희 부장은 "완구 같은 경우 종이포장을 박스 안에 넣는 식으로 숨기기도 한다. 단속반이 다 열어볼 수는 없어 적발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미선 과장은 "보통 포장은 제품이 화려하게 보이도록 외부에 하는데, 숨겨놓으면 이런 점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제작업체에 어떤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육안으로 확인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 답했다.

17년째 반복되는 명절 단속…근본 개선 필요

환경부는 2008년부터 매년 명절 집중단속을 실시해왔지만 과대포장 문제는 매 명절마다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설 명절 과대포장 집중단속에서 635건을 점검해 17건을 적발했고, 서울시 소재 업체에 총 18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명절 이후 여전히 과일상자, 개별 포장지, 비닐, 부직포 가방, 나무 상자 등 명절 포장재가 다량 배출되고 있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과일 완충재는 EPE 소재로 재활용이 안 된다. 부직포 가방도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김태희 부장은 "예전보다 과대포장이 줄어들긴 했지만 안으로 숨기는 등 교묘해진 것도 있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고급스러운 포장을 원하겠지만,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과대 재포장 적발 건수는 2019년 160건 이후 2020년 112건, 2021년 103건, 2022년 118건으로 감소 추세다. 정미선 과장은 단속 시기와 관련해 “연중 실시할 수 있지만 주로 명절과 선물시즌(어린이날, 어버이날, 크리스마스 등)에 집중단속한다. 명절에 특히 낱개상품이 세트로 재포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면서도 “현 규정에 근본적으로 예외가 많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포장 기준을 강화하는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내놨다. '택배업계의 어려움'을 이유로 2년간 계도기간을 두고나서 내년 5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과대포장 쓰레기’ 문제의 실질적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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