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한 지 2년도 안 된 삼척블루파워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환경 논란이 여전하고 가동률은 낮은데 투자금이 묻혀 있는데다 송전망 제약 등의 문제가 겹쳐 복잡하게 얽힌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조기 폐쇄 주장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연료전환 등을 통해 '연착륙'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삼척블루파워는 총 1.2GW 규모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로 2024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동해안 석탄발전소들의 공통적인 문제인 낮은 이용률(10%대)에 발이 묶였다. 신동준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정책연구센터장은 "일반적인 전력 정책 관점에서 보면, 동해안 석탄발전소의 저조한 이용률 원인은 석탄발전소 자체의 경제성 문제도 있고 송전망 부재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면서 생산된 전력을 제대로 송전하지 못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송전제약은 도로의 병목현상 같은 것"이라며 "자동차는 천천히라도 갈 수 있지만 전기는 정해진, 제한된 양만 보낼 수 있다. 단가가 더 싼 원자력이 우선순위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 해법은 '연료 전환'
전문가들은 연료 전환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시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에선 가스발전소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바이오매스 발전소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며 "연료를 바꿔서 발전하는 게 제일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SG와 기후변화·에너지 관련법을 연구한 강 교수는 해외 탈석탄 정책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그는 “석탄 대신 바이오매스나 암모니아 혼소로 바꿔 기존 설비에서 큰 기술적 개선 없이 전환한 사례도 있다. 전력망이 연결돼있으니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동준 센터장은 "석탄발전소 전환 활용에 대해 암모니아 혼소, 수소 혼소, LNG 등이 논의되고 있다"면서도 "이런 전환은 보통 석탄발전소가 노후화 된 다음에 논의되는 재활용 방안이다. 가동된 지 2년도 안 된 삼척블루파워가 당장 다른 원료를 위한 설비로 교체하기에는 투입 비용 대비 경제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기존 접속설비 활용도 주요 방안으로 거론됐다. 신 센터장은 "접속설비는 고속도로 IC 같은 것이다. 생산된 에너지가 전력망으로 들어가려면 변전소나 차단기 등 설비가 필요한데, 기존 설비를 이용하면 교체 비용 등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맞춤형 전환이 현실적"
가동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물리적으로 모두 부숴 없애라는 의미는 아니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삼척블루파워가 조기 폐쇄돼야 한다면서도 "폐쇄가 기존 시설을 물리적으로 다 부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가동이 멈추고 끝나는 것으로, 폐쇄와 철거-전환은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터빈 등 설비를 다른 발전소로 이전하거나, 부지를 태양광·풍력 발전소나 생태공원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자에게 적당한 유인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시원 교수는 "민간사업자들에게 정부가 폐쇄를 강제하기는 힘들다. 유인책을 줘야 한다"며 "이해당사자들 간 합의를 통해 폐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 정부, 지역주민 협의체 등을 구성해서 지역주민에게 맞는 시설로 운영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준 센터장 역시 "단순히 이용률만 가지고 폐쇄를 말하긴 힘들다"며 "환경적, 정책적 연구와 시장조사 등 분석이 필요하고, 사업자와 지역사회 고용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애초 건설 자체가 문제"
삼척블루파워가 현재 상황에 처한 근본 원인으로 정부의 무리한 추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고동현 팀장은 "착공할 때나 2018년, 2019년 시기를 보면 기후변화 문제의식은 다 있었던 시점이다. 탄소배출에 대한 비판과 경고는 있었다"며 “정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게 문제를 일으킨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3년 대규모 정전사태로 에너지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와 동해안에서 석탄을 통해 지역경제를 도울 수 있다는 근시안적 사고가 지금의 안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강시원 교수도 "만들지 말라는 사회운동도 많았다. 만약 만들다 말았으면 부지를 활용해 생태공원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미 다 만들어놓은 데를 갑자기 공원으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척블루파워의 가동률이 저조한 가운데,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신동준 센터장은 “전력수요계획대로 발전소 건설과 송전망 설비가 이루어졌으면 삼척블루파워 이용률이 지금보다는 높았을 것”이라며 “그 수요계획에 맞춰서 건설한 것인데, 동해안 송전망 건설이 늦어지면서 저조한 이용률에 영향을 미쳐 여기에 정부가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당장 가동 멈춰도 전력 수급엔 영향 없어
삼척블루파워가 당장 운영을 중단하더라도 전력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준 센터장은 "삼척블루파워의 총 생산가능량이 1.2GW인데, 이 양이라면 당장 멈춰도 전력 수급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들의 점진적 폐쇄는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문제는 어떻게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인 전환을 이뤄낼 것인가다.
고동현 팀장은 "가장 복잡한 문제는 석탄이 빠진 자리에 재생에너지가 빨리 들어올 수 있을 것이냐"라며 "특히 동해안은 재생에너지 발전률이 낮다 보니까 지역사회가 동의하는 것도 중요하고, 지역경제도 석탄발전에 많이 의존하다 보니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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