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8년까지 40기의 석탄발전소를 해체해야 하는데 현재 국내에는 관련 경험과 준비가 부족한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는 수십 년 전부터 해체 전문 산업과 법제도를 갖춰온 반면 한국은 대형 발전소 해체 경험 등이 없다. 정확한 법적 규정이나 환경 가이드라인도 부재한 상태다.
해체할 발전소 40기 남았는데…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61기 중 40기가 2038년까지 순차 폐쇄된다. 올해 12월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삼천포 3·4호기가 문을 닫는다.
이미 폐쇄된 발전소도 많다. 삼천포 1·2호기는 2021년 영구 폐쇄됐지만 인근 발전소 가동으로 해체가 미뤄졌다. 보령 1·2호기도 2020년 12월 폐쇄 후 5년째 해체를 기다리고 있다.
울산화력 5호기는 본격적인 해체가 시작되는 시점에 발생한 첫 대형 참사인 셈이다.
한국에는 해체 산업이 없다
문제는 한국에 대형 발전소 해체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해외에선 해체 전문 산업이 존재한다. 미국의 TRC컴퍼니는 20년 넘는 기간 동안 40개 이상의 화력발전소를 해체했다. Burns & McDonnell 등 대형 엔지니어링 기업들도 발전소 해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원전 해체 분야에선 프랑스 Orano가 160개 이상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독일은 2018년부터 '탈석탄위원회'를 운영해 2038년까지 체계적인 석탄발전소 해체 계획을 수립했다. 2020년 '탈석탄법'과 '석탄지역 투자법'을 제정하며 발전소 폐쇄로 인한 지역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재정 지원을 법제화했다. 58세 이상 노동자에게는 공적연금 수령 시까지 고용조정 지원금을 지급하고, 석탄 광산 지역에는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예산을 투입했다.
한국은 건설사 주도, 전문성 부족
반면 한국은 건설사가 원청을 맡고 발파 전문업체가 하청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울산 사고 현장도 HJ중공업이 원도급을, 발파업체 코리아카코가 실제 작업을 맡았다. 해체 전문 기업이나 인증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기사업법은 발전소 건설에 대해서는 상세히 규정하고 있지만, 발전소 해체에 관한 구체적 조항은 없다.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2024년부터 전기설비 해체공사가 전기공사로 분류되어 자격 있는 자만 작업할 수 있게 됐다. 대형 석탄화력발전소 해체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여전히 없다.
가이드라인도 환경평가도 없다
안전·환경 관리 체계도 부재하다. 발전소 건설 시에는 환경영향평가가 의무지만, 해체 시에는 법적 의무가 없다. 석면안전관리법 등 일반 규정만 적용될 뿐, 대형 발전소 해체에 특화된 기준은 없다.
1980년대 건설된 노후 발전소들은 석면과 중금속을 대량 사용했다. 보령화력 1호기는 1983년, 2호기는 1984년에 각각 준공됐다. 이들 발전소에는 당시 건축 자재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석면이 대량 포함돼 있다. 계획적 해체라면 통제가 가능하지만, 울산처럼 붕괴할 경우 석면과 분진이 무분별하게 비산될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해본 적 없다"
발전소 해체의 기술적 기준과 안전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건축구조, 철골구조 등 관련 전문가들을 접촉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기 어려웠다.
건축구조 전공 복수의 교수들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해본 적이 거의 없다”며 “어려운 분야"라고만 답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해체사업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바로 의견을 주지 않고 "메일로 내용을 정리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삼척블루파워 조기 폐쇄를 주장해온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정책적 폐쇄 시점과 전환금융 방안을 위주로 연구했다"며 "물리적 해체 과정은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삼척블루파워는 가장 최근 지어진 우리나라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다. 1호기는 지난 해, 2호기는 올해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앞으로 해체해야 할 발전소가 2038년까지 40기 남았다. 울산화력 5호기가 본격적인 석탄화력발전소 퇴장의 시작점이다.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될 국가적 과제인 만큼 해체 안전 기준 마련과 전문 인력 양성, 환경영향평가 의무화 등꼼꼼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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