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안을 4개로 마련한 뒤 논의를 거쳐 11월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4개의 안은 40% 중후반대부터 67%까지 그 범위가 넓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국제사법재판소 권고 등을 고려하면 최소한 61%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부가 지난 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 복수의 논의안을 제시하고 의견을 듣겠다고 보고했다. 환경부는 현재 각계에서 논의되는 2035 NDC 안을 4개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산업계가 요구하는 40% 중후반대다. 현재의 감축 수준을 유지하는 안으로 목표연도(2050년)에 가까워질수록 배출량을 더 많이 줄이는 형태다. 두 번째는 53%다. 2018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감축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선형 감축 경로’다. 세 번째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감축률 61%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기후환경단체 등에서 요구하는 67%다.
환경부는 2035 NDC를 11월 초 확정해 유엔에 제출하기 위해 이달 복수의 논의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감축 수치와 더불어 배출량을 줄이는 구체적인 정책을 발굴하는데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날 환경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중 비중이 가장 큰 산업 부문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감축 수단에 상응하는 예산 등 지원 방향과 규모를 NDC에 병기하겠다”고 밝혔다.
NDC가 60%대로 설정되면 산업계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감축목표가 높아지면 전기요금 인상이나 설비 투자 부담 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회에는 2035 NDC 하한선을 60%(위성곤 의원 대표발의)와 61%(이소영 의원 대표발의)로 설정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환경단체 “국제기준 등 고려하면 60% 이상 설정해야”
이날 정부 발표를 두고 기후·환경단체들은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60%대 감축안이 논의안에 포함됐으나 40% 중후반대, 선형 감축 목표 등이 논의안에 주요하게 제시된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8일 논평을 통해 “이는 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사실상 파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40% 중후반대 감축안은 온실가스 감축과 규제의 대상인 산업계의 부담을 우선 고려하는 안으로 과학적인 감축 필요량과는 무관하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두가지 안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전환연구소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국제기준과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고려한 NDC 최소선은 61%”라고 주장했다. 연구소 측은 IPCC 보고서를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IPCC는 제6차 종합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도를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전 지구적 감축 수준을 2035년까지 평균 60%(2019년 대비)를 감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면서. “이를 2018년도 기준으로 전환하면, 평균 61% 감축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9일 “(정부 발표에) 국제 기준이나 시민사회 안이 포함된 것은 다행인데 40%대 후반이 포함된 건 비용이나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미뤘는데, 더 미루면 기후부담 계속 커져”
NDC를 어느 수준으로 제출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정말 그만큼 감축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목표를 제시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배출량을 줄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윤원섭 연구원은 이 부분에 대해 “국제사회에 하는 약속이니까 달성 가능한지 여부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하는데, 감축 계획이 어떤식으로 이행되면서 또 점검하고 있는지가 잘 공개되지 않아 세부적인 평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이행여부 점검과 관련해 정부나 국회 등과 의견을 나눌텐데 모니터링 체계나 시스템 같은 것들이 생겨 투명하게 운영되야 한다”고 제안했다.
NDC 목표를 높게 잡고 배출권제도가 개편되면 산업계의 경제적인 부담 등이 늘어난다는 우려가 있다. 윤 연구원은 ‘그래도 뒤로 미룰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다들 각자의 입장이 있고 처한 어려움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뒤로 미룰 수는 없다. 지금까지도 미뤄왔는데 여기서 더 미루면 앞으로 감내해야 할 기후부담은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부는 ‘발전부문 유상할당 증가로 제조업 전기요금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감축목표 수립뿐만 아니라 탈탄소 산업전환과 기후·녹색 신산업 창출에 필요한 재원, 제도개선 등을 중심으로 각계와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35 NDC는 대국민 공개 논의를 통해 마련할 예정이며 해당 논의는 현재 산업계, 국제사회, 시민사회 등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포함해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녹색전환연구소는 탄소중립 논의 관련 종합 창구가 필요하다며 “산업계와 시민단체 학계 등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데 무슨 근거로 어떻게 판단했는지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공론장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거 국가인권위원회도 "국제 기준 부합 NDC" 권고
이는 환경단체만의 주장이 아니다. 앞서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환경부 장관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에게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수립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권고 결정문에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파리협정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2035 NDC를 수립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이 이전되지 않는 방향으로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와 2023년 전지구적 이행점검(GST) 결정문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2035년까지 60% 감축이 필요하다.
당시 인권위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정의 선진 경제국, 세계은행 정의 고소득 국가군, UN 분류 인간개발지수(HDI) 최상위국에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진경제권으로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원과 역량이 충분하며 현재 시점의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서는 책임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기후위기의 문제가 인권의 문제"라고 언급하면서 "앞으로도 우리 정부의 2035 NDC 수립 과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살피고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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