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의 작은 포식자 ‘자주땅귀개’가 환경부 9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됐다. 국내 서식 식충식물로 산속 습지에서 자라며 땅속줄기에 달린 포충낭으로 물속 작은 생물을 잡아먹는다.
환경부에 따르면 자주땅귀개는 높이 약 10cm까지 자라는 한해살이풀로, 주걱 모양의 잎 사이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연한 자주색 꽃을 피운다. 꽃 모양이 귀를 파는 도구인 귀이개를 닮은 데서 '귀개'라는 이름이 생겼고 꽃 색깔이 자주색이라서 '자주땅귀개'라고 불린다.
꽃잎의 끝은 입술 모양이고 뾰족한 꽃뿔이 아래쪽으로 향한다. 비슷한 식충식물인 이삭귀개와 구분되는 중요한 특징이다. 꽃은 꽃줄기 끝에 1~10개가 총상꽃차례로 달리며 열매는 둥글며 익으면 벌어진다.
이 식물은 벌레잡이주머니를 이용해 곤충을 잡아먹는 포식자다. 이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땅속줄기에 달린 포충낭이다. 실처럼 뻗은 땅속줄기에는 벌레잡이주머니인 포충낭이 달려있는데, 여기 물을 채워두고 함께 딸려 들어오는 물벼룩 등 작은 생물을 잡아먹는다. 먹이가 부족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달한 생종전략이다. 물벼룩은 크기가 약 0.2~1.8mm에 불과하지만 자주땅귀개에게는 중요한 영양원이 된다.
자주땅귀개는 산속 습지나 계곡 주변의 물기가 있는 곳에서 자란다. 햇빛이 잘 들고 수심은 얕거나 물이 차 있지 않더라도 토양 속 수분이 풍부한 곳에서 출현한다. 일조량이 많고, 수심이 얕게 유지되는 장소 또는 토양 수분이 포화 상태인 곳에서 나타난다.
이러한 특수한 서식 조건 때문에 국내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분포한다. 현재 제주도를 비롯해 전라남도, 경상도 지역의 일부 습지에서 드물게 발견되고 있다. 국외에는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호주 및 태평양 일대 섬 등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주땅귀개는 2005년부터 환경부에 의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변 환경변화, 기후변화, 습지 개발 및 오염 등으로 서식처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보호·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자주땅귀개 보전은 습지 생태계 보호와도 연결된다. 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이자 수질 정화, 홍수 조절 등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담당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습지 개발과 오염은 물론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패턴 변화 등도 습지 주변 생물들의 생존을 어렵게 한다.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을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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