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곤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커다란 황소개구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뱀까지 제압하는 ‘슈퍼 사냥꾼’이 있다. 멸종위기종 물장군이다. 놀라운 제압력의 비결은 마치 낫처럼 생긴 날카로운 앞발과 강력한 신경독, 그리고 민첩함이다. 그 덕분에 곤충 중에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며 연못의 무법자, 또는 물속의 호랑이라고도 불린다.
물장군(Kirkaldyia deyrolli)은 노린재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몸길이 50~70mm로 폭이 좁은 장타원형 몸을 가지고 있다. 머리는 비교적 작다.
하지만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주로 작은 물고기나 올챙이 등 다양한 수서생물을 사냥하는데 개구리도 잡아먹는다. 사냥력이 뛰어나 황소개구리도 잡고 심지어 뱀도 제압한다.
자기보다 몸집이 큰 동물도 잡을 수 있는 원동력은 강력한 발과 독이다. 곤충학자 이강운 홀로세생태연구소 소장은 “물장군의 학명은 죽음의 발톱이라는 뜻인데 앞발이 낫처럼 되어 있어서 찔리면 사람도 피가 줄줄 날 정도이므로 다른 동물들은 잡히면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제압하고 나면 다음은 독을 주입해 먹이를 무력화한다. 이 소장은 “다리로 완전히 잡은 후에는 신경독을 넣어 먹이를 완전히 마비시키고 몸 속에 있는 것들을 녹여서 빨아먹는다”고 말했다. 황소개구리나 뱀 등 자기보다 몸집이 훨씬 큰 먹이도 먹을 수 있는 비결이다.
이 소장은 과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복어나 뱀 등 강하기로 유명한 독이 많지만, 물장군의 신경독도 그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물장군의 사냥 비결을 다룬 영상. (이강운 홀로세생태연구소 소장 유튜브)
날카로운 다리와 독만 사냥의 장점이 아니다. 속도 역시 빠르다. 먹이를 물자마자 물살을 빠르게 헤쳐나가는데 물린 먹이는 그대로 끌려가며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 소장은 물장군을 잡아먹는 천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물속의 호랑이, 그야말로 최상위 포식자”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물장군 애벌레는 개구리에게 잡아먹히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 더 크면 거의 ‘천하무적’ 수준이다.
안타까운 것은 물장군이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이다. 이 소장은 “인간에 의해 서식지가 줄어들고 개체수가 많지 않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물장군은 1년 1세대, 또는 2~3년에 한 세대 발생한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수서생물을 포식하며 생활하는데 번식 활동을 끝낸 성충은 대부분 죽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서식처 근처 진흙이나 돌, 낙엽 아래 등 온도변화가 적고 축축한 장소에서 월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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