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강과 호수에서는 녹조가, 해안에서는 적조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대책에 힘쓰고 있지만 환경단체에서는 "근본적인 접근방식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된 대청댐 문의 수역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된 대청댐 문의 수역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환경부에 따르면 녹조는 주로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가 대량 증식해 물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녹조는 네 가지 주요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① 오염물질 유입 ② 일사량 증가 ③ 20~30℃의 최적 수온 조성 ④ 물의 정체현상이 남조류의 빠른 증식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조류경보 '585일' 역대 두 번째

한국수자원공사 물정보포털에 따르면 전국 29개 하천과 호수에서 주 1회 이상 조류경보제를 운영하고 있다. 상수원 구간의 경우 관심, 경계, 조류 대발생 3단계로 나뉜다. 유해남조류 세포수가 1천~1만 세포/mL는 관심, 1만~1백만 세포/mL는 경계, 1백만 세포/mL 이상은 조류 대발생 단계다. 2회 연속 기준을 초과하면 발령한다.

최근 들어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된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과 강정·고령 지점, 금강 보령호와 대청호 문의·회남 지점 모두 이번 달에 ‘경계’가 발령됐다. 한강 팔당호, 영산강 주암호, 금강 용담호와 옥정호에는 이번 달 ‘관심’ 단계가 내려졌다. 특히 녹조 청정구역으로 여겨지던 주암호에 조류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1년 이후 14년 만이다.

한국수자원공사 녹조대응센터에서 공개한 <조류경보제 발령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13개 댐에서 발령된 조류경보 일수를 모두 더하면 585일이다. 관측을 시작한 1998년 이래 조류경보가 가장 많았던 2017년의 586일에 하루 모자르다.

“안 흐르고 안 섞이면 녹조 더 심해져”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물 흐름 정체가 녹조 대량 발생의 핵심 조건이다. 유속이 빠르면 물표면에 떠다니는 남조류가 아래로 쓸려 내려가 대량 증식이 어렵다. 반대로 유속이 약하거나 정체되면 남조류가 더 많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수심이 깊고 흐름이 정체된 강이나 호수에서는 여름철 '성층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따뜻하고 밀도가 낮은 물은 위로, 차갑고 밀도가 높은 물은 아래로 분리된다. 물이 섞이지 않는 것이다. 수면의 온도는 더욱 올라가 남조류가 성장하기 더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다.

정부·환경단체 시각 엇갈려

해결방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환경단체 간 견해가 엇갈린다. 

환경부는 19일 ‘기후위기로 심화하는 녹조문제’ 해결을 위해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이재명 정부 임기 내 해결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세부 방안에는 ▲ 취수구 인근 50m 이내 녹조 채수 ▲ 채수 당일 바로 조류 경보 발령 ▲ 조류독소 농도 반영한 경보 체계 마련 ▲ 농산물·공기 중 독소 모니터링 확대 등이 담겼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대책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낙동강네트워크, 경기환경운동연합 등은 "녹조는 4대강 사업 이후 심각해졌고 이미 사회재난으로 번졌다"며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댐과 보가 강의 흐름을 정체시킨 것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금강 세종보 수문을 개방한 구간의 독소 농도는 0.48ppb에 불과했지만,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 구간은 1만5천ppb로 무려 3만1250배 차이가 났다는 실측 결과를 제시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수문 개방이 녹조 억제 효과가 있다는 점은 이미 입증됐다"고 강조하며, "흐름이 단절된 강을 열고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촉구했다. 

해외는 ‘강 재자연화' 추세

녹조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이리호, 중국 태호, 일본 비와호 등에서도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 일본 시가현과 효고현, 호주 달링강, 네팔 카트만두, 미국 위스콘신과 미시시피 등에서는 조류 독소로 인한 피해가 있었다.

해외에서는 대규모 댐과 보를 철거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추세다. Dam Removal Europe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2~2024년에 20개국 이상에서 댐과 보 1354개가 철거됐다고 한다. 미국도 1912년부터 2023년까지 총 2,095개의 댐을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는 저수댐 같은 소규모 구조물이지만, 미국 엘와강 댐과 같은 대형 댐도 철거됐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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