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폭염으로 해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한반도 해역에 아열대성 해파리가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휴가철과 맞물려 해수욕객 쏘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지난 7월 중순, 제주 해역에서 처음 관찰된 푸른우산관해파리가 이후 전남·경남·부산·경북 등 남해안과 동해안 일대에서 대량 출현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강원 연안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푸른우산관해파리는 전 세계 아열대 해역에 널리 분포하며, 해류와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수면 가까이에 머물며 촉수로 작은 동물플랑크톤을 포식한다. 독성은 약하고 어업 피해도 크지 않지만, 사람과 접촉하면 알레르기 반응이나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2021년 10월에도 제주 해역에 대량 출현 사례가 있었지만, 올해처럼 남해안과 동해안까지 번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최근 몇 년간 해파리 출현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초까지 해수욕장에서 발생한 해파리 쏘임사고는 약 3000건으로, 전년 대비 4배 증가했다. 강한 독성을 가진 해파리 개체 수도 관측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폭염에 따른 고수온 현상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수온이 상승하면 해파리의 번식과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아열대성 해파리의 북상 조건이 갖춰진다.
지난달 우리나라 해역 해수면 온도는 24.6℃로 최근 10년 중 제일 높았다.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하면 1.3℃ 오른 수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적인 해수 온도 상승과 강해진 대마난류의 세력이 해파리 확산의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마난류는 일본 남부에서 시작해 동해로 흘러드는 따뜻한 해류로, 적도 앞바다의 열을 동해로 실어 나른다.
해파리 개체 수 증가는 단순히 해수욕 안전 문제를 넘어 해양 생태계의 먹이망 구조 변화를 일으킨다. 대량의 해파리가 플랑크톤을 섭취하면 어린 물고기의 먹이 자원이 줄어 어업 생산성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파리 사체가 해저에 쌓이면 산소 부족 현상을 유발해 해저 생물 서식 환경을 악화시킨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기후변화로 아열대성 해파리 대량 출현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여름철 해수욕객과 어업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입 해역에서의 신속한 제거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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