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주장만이 아니다. 최근 기후정책 효과나 필요성, 공정성에 의문을 던져 대응을 늦추는 정보와 주장들이 기후위기 해결을 방해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변화 부정을 넘어, 대응을 늦추는 흐름이 더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국제정보환경패널(IPIE)이 발표한 <Facts, Fakes, and Climate Science>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제는 정책 효과나 필요성을 의심하게 만들어 대응을 늦추는 현상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기후변화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인간 책임이 확실하지 않다', '대응 비용이 너무 크다', '정책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와 같은 주장을 내세워 결국 행동을 미루게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주장이나 정보가 가짜뉴스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보고서는 사실의 일부만 전하거나, 과학자들 의견이 논쟁 중인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중요한 맥락을 제외하고 전하는 정보도 모두 문제라고 했다. 이같이 왜곡되거나 편향된 정보는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정책 결정 속도를 늦춰 결국 기후위기 대응을 지연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고서는 정부와 기관 같은 정책 결정 집단이 이러한 '정보'의 주요 표적이라고 말했다. 화석연료 기업, 일부 정부, 보수 정치 세력, 연구단체 등이 정책 결정 과정 전반에 회의적인 시각을 심어 기후정책 실행을 늦추거나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해석된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과학의 합의를 부정해 온 학자들을 에너지부에 임명했다. 이는 올해 취임 직후 국가 기후보고서 작성 연구진 약 400명을 전원 해임한 데 이어진 행보다.

이외에도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주장을 펼쳐온 그는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공식화하고, 풍력·태양광 보조금 축소, 환경 규제 완화 등 기후대응을 후퇴시키는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유엔환경계획(UNEP) 등 국제기구는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두고 "세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수년간 늦출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보고서는 정보 왜곡과 늦춰지는 대응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의 배출 공시 의무화 ▲그린워싱 규제 ▲시민사회와 정책결정자 대상으로 한 과학·미디어 교육 확대 등을 제안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의 성패는 기술이나 정책 목표뿐 아니라 정보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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