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텍사스 중부에서 발생한 홍수로 지금까지 104명이 숨졌다. (사진 미국 해안경비대 USCG Heartland X 게시물)/뉴스펭귄
지난 4일 텍사스 중부에서 발생한 홍수로 지금까지 104명이 숨졌다. (사진 미국 해안경비대 USCG Heartland X 게시물)/뉴스펭귄

최근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홍수로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총 104명이 숨졌다. 이런 가운데 홍수 발생지 인근 예보 사무실의 소통 담당자가 공석인 상태 등 트럼프 정부의 기상청 인력 감축이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아서 생긴 비극이라는 주장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커 카운티에서만 8일 오전 8시 기준으로 84명이 숨졌으며 전체 희생자는 104명에 달한다고 CNN 등은 보도했다. 이들 중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희생자만 32명에 이른다. 캠프를 운영한 단체는 성명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을 겪어야 할 유가족들과 함께 우리 가슴도 찢어진다"고 밝혔다.

이번 홍수는 커 카운티에서 샌안토니오 방향으로 흐르는 과달루페 강 유역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발생했다. 몇 시간 만에 38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 강물 수위가 9m까지 급격히 불어나면서 피해가 커졌다. 이 재해는 지난 100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홍수 중 하나로 기록됐으며, 이처럼 극단적인 홍수가 발생할 확률은 100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상예보회사 아큐웨더의 수석 기상학자 브렛 앤더슨은 "기후위기로 더 따뜻해진 대기는 전보다 더 많은 수분을 함유해 최근 몇 년간 전세계 대기의 총 수분량이 평소보다 훨씬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주립대 대기환경학과 아이궈 다이 교수는 "지난달 멕시코에 상륙한 열대성 폭풍에서 나온 수증기 일부가 텍사스 중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 국립기상청(NWS)는 이날 오후 7시까지 해당 지역에 홍수 주의보를 발령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11일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홍수 피해가 컸던 배경 중 하나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국립기상청 예산 삭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까지 국립기상청 직원 수를 약 4000명을 3400명 수준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일부 예보 사무소는 야간 근무를 중단했고 기상 관측 기구 수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홍수 발생지와 가장 가까운 국립기상청 텍사스 예보 사무실에서는 지역 공무원과 소통을 담당하던 주요 관리직이 공석이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기상학자 존 모랄레스는 "이번 예보와 경보는 시의적절하고 정확했다"며 "국립기상청 인력 부족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국립기상청의 인력 감축이 계속된다면 경보 전달 시스템이 악화돼 불필요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립기상청 톰 페이 입법 담당관은 "사건 발생 12시간 전에 홍수 경보가 발령됐고, 심각한 기상 현상 발생 가능성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전국적으로 예보 사무소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 다른 도시에서도 동시에 재난이 발생했다면 더 큰 피해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어린이들이 숨진 캠프장 주변은 강물 범람 위험이 큰 지역이었지만 조기 경보 시스템이 없었고 사전 대피 명령도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의 대응 실패가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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