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 헌법재판소는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헌법소원에서 일부 위헌 판단을 내렸다. 청소년과 시민이 제기한 소송에서 헌재는 장기 온실가스 감축 계획의 법적 구속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대 간 형평성과 미래 권리 보호를 둘러싼 논의가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렸고, 법은 그 질문에 답했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법적대응, '기후소송'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왔다. 런던정경대학 그랜섬연구소와 컬럼비아대 기후학교 사빈센터가 25일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기후소송 누적 건수는 2,967건에 달했다. 2015년 884건에서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기후소송이 정책 수단의 하나로 기능하며, 법적 대응이 기후위기 대응 구조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정부의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거나, 기후정책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기된다. 네덜란드에서는 '우르헨다 재단'이 정부를 상대로 감축 목표 상향을 요구한 소송에서 승소하며 기후소송의 전환점이 됐고, 이후 독일, 벨기에, 아일랜드, 프랑스 등에서 유사 헌법소송이 이어졌다. 스위스에서는 기후변화로 건강을 위협받았다고 주장한 고령 여성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유럽인권재판소가 일부 청구를 받아들였다.
남반구 국가들도 기후소송 흐름에 합류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청소년들이 아마존 보호를 요구하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아마존을 미래 세대를 위한 보호 대상이자 권리 주체로 인정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석탄발전소 허가가 기후변화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이 허가 절차를 무효화했다.
기후소송은 국가를 넘어 기업 책임을 묻기도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기후소송은 ▲기업의 정보 공개 실패 ▲탄소중립 마케팅의 허위성 ▲석유·가스 기업의 책임 등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국적 에너지 기업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과 주주대표소송이 증가했으며, 은행·자산운용사·연기금 등을 상대로 한 투자 책임 관련 소송도 함께 늘었다.
반대로 기후정책 자체에 반대하는 소송도 증가 추세다. 기업이나 정치세력 등이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과도한 규제'로 보고 이를 막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사례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을 '기후 대응 정책에 반대하는 소송'으로 분류했다. 이 같은 소송은 기후 정책 추진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전반적으로는 기후소송이 정책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분석됐다.
보고서는 "기후소송은 법률, 과학, 정책의 교차점에서 기후위기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미래세대, 소수자, 지역사회, 환경 자체 권리 등 다양한 법적 주체가 논의되는 과정은 기후거버넌스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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