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기후변화로 철새들의 깃털갈이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깃털갈이는 단순히 겉모습의 변화가 아니라 철새의 장거리 비행 능력과 번식 성공률에도 영향을 주는,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렇다면 깃털갈이 시점이 빨라지면 새들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는 걸까?
최근 미국 유타대학교 생물학과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24년까지 13년간 유타 남동부 리오 메사(Rio Mesa)에 위치한 야외조사기지에서 철새 134종, 2만 2천 마리를 대상으로 깃털갈이 시기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포획한 새들의 깃털갈이 상태를 기록하며 시점을 추적했고, 이 과정에서 가을철 깃털갈이 시점이 매년 하루씩 앞당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카일 키텔버거(Kyle Kittelberger) 연구원은 “이 같은 변화는 엘니뇨 같은 이상기후가 철새들의 번식 및 이동 시점을 당기면서, 결과적으로 깃털갈이 시점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깃털갈이는 철새들이 해마다 반드시 거치는 생리적 과정이다. 철새는 오래된 깃털을 새로운 깃털로 교체하면서 장거리 비행 능력을 유지하고, 짝을 유인하는 외형적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에너지 소모가 커, 번식기나 장거리 이동 시기와 겹쳐서는 안 된다. 장거리 이동 중 깃털을 교체하면 비행 능력이 떨어지고, 번식기에는 짝짓기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철새들의 깃털갈이 리듬이 엇갈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키텔버거는 “가을에 깃털갈이를 앞당기는 새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번식이나 이동과 시점이 겹치면 체력 소모가 겹쳐 생존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철새들은 이동 시점을 늦추며 깃털갈이를 먼저 마치는 전략을 취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부분 종은 장거리 이동 시점과 깃털갈이 시기가 겹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연구진은 봄철 철새들의 깃털갈이 시점에는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봄철 이동이 가을보다 훨씬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봄철에는 철새들이 번식을 위해 곧장 번식지로 날아가려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가을철엔 비교적 여유 있게 천천히 이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깃털갈이 시점 변화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철새들의 생리 주기가 얼마나 기후에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향후 번식지에서의 추가 관찰을 통해, 철새들의 깃털갈이와 번식·이동의 관계를 더 면밀히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미국 생태학 저널(The American Naturalist)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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