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생물들의 '느낌'을 되살리는 노력들이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고대 생물의 피부 감촉부터 사라진 꽃향기, 더 나아가 공룡 울음소리까지. 현존 인류가 만져보거나 맡아본 적 없는 감각들이 과학의 손끝에서 복원되는 시대다. 멸종을 둘러싼 인간의 상상은 어디까지일까.


기묘한 복원, 티라노 핸드백

(사진 Creative agency VML)/뉴스펭귄
(사진 Creative agency VML)/뉴스펭귄

영국 뉴캐슬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 피부를 복원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주 미세한 단백질 조각에서 시작된 실험이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단백질 서열을 예측하고, 이를 미생물에 삽입해 단백질을 배양했다.

복원된 단백질은 실제 가죽처럼 가공 가능한 생체 소재가 된다. 생명을 되돌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촉각'이 실험실에서 되살아난 셈이다. 바이오소재 스타트업과 협력해 고급 핸드백으로 상업화될 가능성도 제시됐으며, 국내외 언론에서는 이를 '티라노 핸드백'이라 표현하며 주목했다.


멸종은 향기를 남겼다 '향수로 돌아온 꽃'

(사진 Future Society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Future Society 홈페이지)/뉴스펭귄

100년 전 사라진 꽃향기를 다시 맡을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 바이오 향수 브랜드 '퓨처 소사이어티(Future Society)'는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하버드대학교 식물표본관에 보존된 식물 표본에서 DNA를 추출하고, 향기 분자가 되는 유전자를 분석해 효모에 삽입했다. 효모는 멸종된 꽃과 유사한 향기 성분을 만들어냈고, 이후 조향사들이 향기를 재구성해 실제 향수로 완성했다.

퓨처 소사이어티는 이러한 복원 과정을 '향기의 부활(Scent-Surrection)'이라 명명하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연에서 사라진 향기를 다시 만들어낸다"고 소개했다. 이 작업은 단순한 향수 제작이 아닌 "사라진 생태계에 대한 감각적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이라고도 설명한다.

재현된 향기에는 1912년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멸종한 히비스커스 계열 식물, 인도에서 사라진 야생화, 미국 대초원 풀 향기가 포함됐다. 모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한 번 본적도, 맡아본 적도 없는 향이다.


컴퓨터는 공룡을 울게 했다

3D모형으로 재현된 파라사우룰로푸스 머리. (사진 Hongjun Lin)/뉴스펭귄
3D모형으로 재현된 파라사우룰로푸스 머리. (사진 Hongjun Lin)/뉴스펭귄

소리를 남긴 공룡도 있다. 정확히는 기술이 남겼다.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와 뉴멕시코 자연사박물관은 머리에 긴 공명관을 가진 공룡 파라사우롤로푸스(Parasaurolophus)의 울음소리를 복원했다. 연구진은 두개골 화석을 3D로 스캔하고, 공명관 구조가 만들어낼 수 있는 소리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했다. 당시 이 울음소리는 유튜브에 공개돼 화제를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이 소리를 기억하는 인간은 없다. 하지만 이 소리를 통해 당시 공룡의 사회적 의사소통 방식이나 서식지 생태를 상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과학적 흥미와 창의성은 높게 평가되지만, 동시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티라노 가죽' 실험과 관련해 메릴랜드대학교 고생물학자 토마스 홀츠 교수는 Live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판타지에 가까운 실험"이라고 말했다. 복원된 단백질이 진짜 티라노사우루스의 피부라는 증거가 없으며, 기술적 상상력이 가미된 재구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공룡 울음소리 역시 유사한 평가가 있다. BBC는 "흥미롭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결과는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공룡의 성대나 연조직은 화석으로 보존되지 않아서 복원이라기보다는 '가능한 음역 예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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