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탄 수출항이 있는 호주 뉴캐슬 해역에서 뜻밖에 혹등고래들의 출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학계와 해양 보전기관 등은 어미 혹등고래와 갓 태어난 새끼들이 선박 충돌, 어망 얽힘, 해양 오염, 관광객의 접근 등 복합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음에도, 해당 해역이 대부분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20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 Sydney)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호주와 뉴질랜드 연안에서 새끼 혹등고래가 목격된 총 209건의 사례를 수집,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일부 새끼 혹등고래들은 기존에 번식지로 알려졌던 열대 해역보다 1500km가량 더 남쪽에 위치한 태즈메이니아 포트아서, 뉴질랜드 카이코우라 등 온대 해역에서 태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목격 당시 어미 고래가 혼자 떠다니다가 20분 만에 새끼가 모습을 드러냈다거나, 피와 태반이 함께 포착된 점, 새끼들이 배꼽줄이나 태아 주름이 남아 있는 채로 발견된 점 등 해당 해역에서 실제 출산이 이뤄졌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많이 나왔다.
특히 과학자들의 주목을 끈 점은, 혹등고래들이 출산 후에도 새끼와 함께 계속 북쪽의 열대 해역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뉴사우스웨일스에서 관찰된 94쌍의 어미와 새끼 고래 모두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했고, 뉴질랜드에서 관찰된 3쌍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에 남반구에 사는 혹등고래는 남쪽의 온대 해역에서 북쪽의 열대 해역으로 이동한 뒤 비로소 새끼를 낳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고래들이 열대 해역에 도착하기 전 이미 출산을 마치고, 갓 태어난 새끼와 함께 계속해서 열대 해역을 향해 북상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문제는 고래들이 출산이 이루어진 해역에서 열대 해역까지 약 2300km가량을 북상하면서, 시드니, 브리즈번, 뉴캐슬 등 대도시의 항만과 선박 밀집 지역, 어업 활동 지역 등 인간 활동이 많은 해역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출산 직후의 새끼 고래는 신체가 미성숙하고 수영 능력이 부족해 대부분 어미의 등에 올라타 쉬며 이동하는데, 이때 인간 활동으로 인한 다양한 위협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연구를 위해 수집된 사례 중 실제로 이동 과정에서 외상을 입은 흔적이 있는 새끼 고래가 목격된 사례도 여럿 있었다.
또한 보호 구역이 열대 해역에 집중돼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기존에 혹등고래의 출산 장소로 여겨졌던 호주와 뉴질랜드 주변 해역에는 혹등고래를 보호하는 법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번에 혹등고래의 출산이 새로 확인된 남쪽 해역의 대부분은 혹등고래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보호 구역이 기존에 혹등고래의 출산 장소로 알려진 열대 해역에만 집중돼 있어, 이번에 실제 출산이 확인된 온대 해역이 법적 보호 밖에 놓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보호 구역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혹등고래의 이동은 그 자체로 복합적 생태 전략"이라며, "우리는 그 전략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데 훨씬 더 정밀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는 혹등고래의 번식 생태에 대한 기존 이해를 전면 수정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즈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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