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만약 지구의 기온이 계속해서 상승한다면 이번 세기 말 전 세계 양서류의 7.5%가 서식이 불가능한 환경에 놓일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진은 "이미 전 세계 양서류 종의 약 2%가 기온이 생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과열 현상(overheating)’을 겪고 있고 실제로는 이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전 세계 양서류의 약 60%에 해당하는 5203개 양서류 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가 이들의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이중 약 104종이 이미 환경 온도가 생리적 한계를 넘는 상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양서류가 견디는 열 한계를 측정하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썼다. 연구진은 양서류를 조금씩 더 더운 환경에 노출시키고 등이 바닥에 닿이도록 몸을 뒤집었다. 특정 온도에 다다른 순간 양서류가 몸을 일으키지 못하면 신경 근육 조절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 양서류의 서식이 불가능한 기온 수준으로 보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양서류가 어느 지역에서 가장 큰 기후변화 피해를 입고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 남동부, 호주 북부, 아마존 열대우림 등이 과열에 의한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양서류가 살아가는 미시 서식환경(microhabitat)도 생존 가능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속에서 생활하는 수생 양서류는 과열 위험이 비교적 낮은 반면, 지면에서 사는 종은 위험이 높았다.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수목성(樹木性) 종은 그 중간으로, 지면보다 기온이 낮은 환경 덕분에 위험이 다소 낮게 나타났다.
뜻밖의 지역적 차이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열대 지역처럼 적도에 가까운 종이 온난화에 더 취약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남반구에서만 이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북반구에서는 오히려 고위도 지역, 즉 적도로부터 먼 지역에 사는 양서류가 더 큰 과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양서류가 스스로 그늘을 찾을 수 있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만큼, 보수적으로 추정된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파트리스 포티에(Patrice Pottier) 연구원은 “실제로는 이보다 피해가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수많은 양서류가 생존의 위협에 처했지만 사실 기후위기에서 양서류를 살리기 위한 방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늘을 제공하는 식생과 충분한 수자원이면 충분하다. 포티에 연구원은 “충분한 물과 그늘만 있어도 많은 양서류가 극한 고온을 견딜 수 있다”면서, “이들이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반드시 보호하고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역시 서식지 파괴 문제로 생존의 위기 앞에 놓인 바 있다. 특히 세종시가 개발되기 전 드넓은 논을 터전으로 살던 금개구리들이 도시가 개발되고 서식 가능한 농지 공간이 줄어들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양서류는 습지 등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다. 미국 툴레인대학교 알렉스 건더슨(Alex Gunderson) 박사는 몽가베이와의 인터뷰에서 "양서류는 숲의 감자칩 같은 존재로, 새, 박쥐, 포유류, 물고기의 먹잇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양서류는 모기 같은 질병 매개 곤충의 개체수를 조절해 인간 건강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양서류가 감소한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말라리아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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