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이런 데 처음 오셨나요? 정말 심각하죠 여기..."
지난 8일 충북 청주의 한 개농장에서 배우 다니엘 헤니가 말을 건넸다. 그는 이곳에서 남겨진 개 29마리 구조 작업에 함께했다. 이번 구조는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가 입양 절차에 나서면서 이뤄졌다.
다니엘 헤니는 익숙한 듯 뜬장에서 개를 들어 이동용 케이지로 옮겼다. 한두 번 해본 일이 아니라는 게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오랫동안 식용견 구조에 참여한 '베테랑 구조자'였고 2020년에는 홍성 개농장에서 구조된 리트리버 '줄리엣'을 입양하기도 했다. 구하려는 손길에도 불안에 떠는 개들에게 "괜찮을 거야, 집 가자"라며 안심시키던 그는 미국으로 향하는 개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작별 인사를 했다.
개들이 떠난 빈 뜬장을 한참 바라보던 헤니. 개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묻자 그는 잠시 고민하다 이렇게 말했다. "이제 걱정하지 말고, 희망 갖고 새 삶을 누리길."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다.
Q. 구조에는 어떻게 참여했나요.
A. 작년 11월 뉴욕의 한 행사에서 한국 식용견 구조 이야기를 처음 들었어요. 일정만 맞으면 이런 현장엔 언제든 함께하고 싶은데 서울과도 가깝고 무엇보다 상황이 심각한 곳이라 오겠다고 했어요.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에요.
Q. 여러 번 와도 익숙하진 않겠어요.
A. 매번 농장마다 상황이 다른데 여기는 개들이 보는 앞에서 도축까지 이뤄지는 곳이라 충격이 컸고 화가 났어요. 직접 와서 이 개들을 데리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이 농장이 생긴 지 40년 됐다던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개들이 있었겠어요. 이젠 그만해야죠.
Q. 가장 눈에 밟히는 친구도 있었나요?
A. 진돗개들이요. 정말 순하고 따뜻한 아이들이에요. 테오(theo)라는 핏불 테리어도 인상 깊어요. 투견으로 키워졌다고 해서 더 안타까웠어요. 핏불은 공격적이라는 편견이 많은 품종인데 그렇게 착하고 조용할 수가 없어요. 미국 친구에게 입양을 부탁해보려고요.
Q. 이번 구조를 통해 말하고 싶은 현실이 있다면요.
A. 개식용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오랜 전통에서 비롯된 복잡한 현실이라 구조자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왔어요. 하지만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이 특정 품종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한국 분들도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골든 리트리버도 있고 핏불도 있고 도사견과 진돗개까지 정말 다양해요. 이 개들, 다 훌륭한 반려견이 될 수 있는 똑똑하고 예쁜 존재들이에요.
Q.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A. 한국 아파트에서 대형견을 키우기 어렵다는 현실도 알아요.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입양을 고민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주면 좋겠어요. 그거면 충분해요.
Q. 새 삶을 시작하는 개들에게.
A. 이제 걱정 안 해도 돼요. 희망을 갖고 새 삶을 누리길(Just Have hope and Enjoy your new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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