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모성의 본능을 보여준 동물들이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 ChatGPT)/뉴스펭귄
특별한 모성의 본능을 보여준 3종의 동물들이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 ChatGPT)/뉴스펭귄

거친 야생에도, 깊은 바닷 속에도 인간 세상과 다름없는 깊은 모성이 있다. 어떤 어미는 새끼의 죽음에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때로는 죽은 새끼를 등에 엎고 먼 길을 떠나기도 한다. 

죽은 새끼를 지키기 위해 도로 위에 남은 어미 코끼리, 17일 동안 죽은 새끼를 머리에 이고 바다를 떠돈 범고래, 4년 5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알을 품은 심해문어. 이 동물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품었다. 이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도로 위에서 떠나지 않은 어미 코끼리

아시아코끼리. (사진 Facebook)/뉴스펭귄
아시아코끼리. (사진 Facebook)/뉴스펭귄

지난 11일 새벽, 말레이시아 페락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새끼 코끼리가 트럭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그 곁엔 어미가 있었다. 어미는 새끼의 시신 곁을 지키며 도로 한복판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SNS에 퍼진 영상에는 트럭 앞을 밀치며 새끼를 깨우려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말레이시아 페락 야생동물보호국에 따르면 죽은 새끼는 수컷으로 약 5세, 어미는 25~27세로 추정된다. 사고 이후 어미는 마취돼 인근 안전지대로 옮겨졌고, 새끼는 매장됐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로열 벨룸 주립공원과 테멍고르 숲을 잇는 야생동물 이동 통로다. WWF 말레이시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이 구간에서 최소 여덟 마리의 코끼리가 차량에 치여 숨졌고, 올해에만 세 번째 사고다. 생태통로 설치와 차량 감속 등 구조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아시아코끼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EN)'로 분류된다. 서식지 파괴와 불법 포획, 인간과의 갈등이 주요 위협 요인으로 꼽히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약 1000~1200마리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슬픔 이고 두 번이나 먼 바다 헤엄친 범고래

(사진 Center for Whale Research)/뉴스펭귄
범고래 '탈레쿠아'. (사진 Center for Whale Research)/뉴스펭귄

죽은 새끼를 17일 동안 머리에 얹고 헤엄친 어미 범고래의 이야기가 2018년 전 세계를 울렸다. 그 주인공 '탈레쿠아(J35)'가 6년 만에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이번에도 딸을 잃었다.

지난해 말, 워싱턴주 해역에서 탈레쿠아가 죽은 새끼를 주둥이에 얹은 채 이동 중이라는 관찰 결과가 발표됐다. 새끼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숨졌고, 탈레쿠아는 시신이 가라앉을 때마다 잠수해 다시 떠올렸다. 브래드 핸슨(Brad Hanson) 미국 해양대기청 수석 해양생태학자는 "이는 극심한 에너지 소모를 수반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네 번 출산한 탈레쿠아는 그중 두 번 암컷 새끼를 잃었다. 이 범고래가 속한 남부 거주 범고래 무리는 미국과 캐나다 해역에 걸쳐 서식하며, 현재 남은 개체 수는 단 73마리에 불과하다. 해양 오염과 선박 소음 등이 주요 위협으로 지목돼 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EN)'로 분류된다.

다행히 같은 무리에서 새끼 'J62'가 태어나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탈레쿠아는 다시 한번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SNS 누리꾼들은 "우리는 이 생명들을 지킬 자격이 있는가"라는 댓글을 남기며 함께 감동했다.

4년 5개월간 자리 지킨 심해문어

심해문어. (사진 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뉴스펭귄
심해문어. (사진 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뉴스펭귄

2007년 5월, 미국 몬터레이 해협 수심 약 1400m에서 과학자들이 한 마리의 심해문어를 발견했다. '그라넬레도네 보레오파시피카(Graneledone boreopacifica)'였다. 이 문어는 알을 품고 있었으며, 이후 2011년 9월까지 4년 5개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켰다.

몬터레이 해양심해연구소(MBARI)에 따르면 이 문어는 약 160개의 알을 수직 암반에 부착한 뒤 팔로 감싸 보호했다. 먹이를 먹은 흔적은 없었고, 알 부화에만 전 생애를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을 장기간 품은 이유는 생식 방식과 서식 환경에 있다. 이 문어는 알 속에서 완전히 발달한 새끼가 부화하는 특성을 가지며, 수온이 약 3도 이하인 심해에서는 배아의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다. 국제 학술지 PLOS ONE에 따르면 일반적인 문어는 수 주에서 길어야 6개월 정도만 알을 품지만 이 문어는 4년 5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모든 알이 부화한 직후 심해문어는 생을 마감했다. MBARI는 이러한 알 품기 전략이 낮은 수온과 완전히 발달된 새끼를 낳는 진화적 특성의 결합이라고 분석했다.

그라넬레도네 보레오파시피카는 북태평양 심해에 분포하지만 관찰이 어렵다. IUCN 적색목록에는 아직 등재돼 있지 않으며, 해양 산소 농도 감소 등 기후변화가 위협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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