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작은 어류가 마주 선다. 동시에 머리 위로 손바닥처럼 생긴 구조물을 천천히 내민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연구진은 이 장면을 공식 SNS에 "가장 사랑스러운 작은 인사"라는 설명과 함께 공개했다.
영상 속 주인공은 멸종위기 어류인 레드핸드피시(Red handfish). 손처럼 생긴 지느러미로 해저를 걷는 독특한 모습 때문에 '손 물고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는 듯했던 이 장면은 사실 먹이를 두고 벌어진 경쟁 상황이었다. 야후 뉴스에 따르면, 앤드루 트로터(Andrew Trotter) 태즈메이니아대 해양남극연구소 연구원은 "당시 두 어류 사이에 갑각류 먹이가 떠 있어서 선점하려는 대치 상태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상 후반부에는 한 마리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가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이 담겼다.
두 어류가 내민 구조물은 '일리슘(illicium)'이라 불린다. 이는 등지느러미가 변형된 낚싯대 모양의 기관으로, 끝에는 '에스카(esca)'라는 미끼 조직이 달려 있다. 레드핸드피시는 이 구조물을 흔들어 작은 무척추동물을 유인한 뒤 사냥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레드핸드피시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된다. 해조류가 풍부한 얕은 암초 지역에서만 서식하며, 야생 개체 수는 70~100마리에 불과하다. 서식지 파괴와 해양 열파, 침입종 확산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한편, 영상 속 개체들은 모두 인공 번식을 통해 태어난 유어다. 태즈메이니아대학과 호주의 멸종위기종 보호 재단(FAME)은 레드핸드피시 복원을 위한 보전 번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일부 유어는 '핸드피시 학교'로 불리는 시설에서 야생 적응 훈련을 받고 있으며, 오는 10월 자연 방류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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