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기후변화로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쥐의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길어지면서 쥐가 먹이를 구하거나 번식을 하는 기간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31일 조너선 리처드슨 미국 리치먼드대 교수 등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주요 대도시에서 쥐떼가 폭발적으로 늘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전 세계 16개 도시에서 시민들이 쥐와 관련해 신고한 민원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뉴욕, 암스테르담 등 11개 도시에서 쥐 목격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쥐 개체수 증가가 가장 심각한 도시는 미국의 워싱턴DC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DC의 쥐 관련 민원 증가율은 전 세계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보스턴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뉴욕, 암스테르담 등에서도 쥐 관련 민원이 큰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작년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 곳곳에서 쥐 출현 관련 민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한 해 동안 여의도 상가와 지하철 영등포구청역 승강장, 강남 신축 아파트 등 다양한 곳에서 쥐와 관련된 민원이 발생했다.
해당 기사에는 방역 업체 관계자들이 “최근 1년 사이 방역 의뢰가 늘어났으며, 고급 아파트나 12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서의 의뢰 건수 비중도 높아졌다”고 언급한 내용이 실렸다.
도대체 왜...? 해결 방법은?
리치먼드대 연구진은 전 세계 도시에서 쥐 개체수가 증가한 원인의 40% 정도가 기온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날씨가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면서 쥐가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조너선 리처드슨 교수는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는 도시에서 쥐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쥐는 작은 포유류로서 추운 날씨에서 생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겨울이 한두 주 늦게 시작되고 봄이 한두 주 빨리 찾아오면, 결국 1년 동안 쥐가 지상에서 활동하며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기간이 최대 3~4주 늘어난다"며 "이 기간 동안 쥐들은 추가 번식 주기를 가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부연했다.
연구진은 기온 상승 외에도 극단적인 도시화와 인구 밀도 증가가 쥐 개체수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인간 활동이 활발해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도심은 쥐가 번성하기 가장 좋은 환경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쥐의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도시 위생과 공중 보건 등에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쥐의 분변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퍼지거나, 쥐가 직접적으로 전염병의 매개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쥐의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약물이나 덫을 사용하기보다는 예방 조치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음식물 쓰레기 등을 줄이고 도로변 쓰레기를 관리해 쥐가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기후변화로 특정 생물이 번성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또 있다.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에서는 이른 폭염과 도시 열섬 현상으로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급증했다. 이에 서울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됐고, 질병관리청은 서울 내 13개 구를 말라리아 위험 지역으로 선정했다.
과학자들은 기온이 높아지면 모기 유충의 성장 시간이 빨라지고, 모기의 천적인 잠자리 등이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모기의 개체수가 두 배 가까이 많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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