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우다영 기자] 오늘은 길에서 횡단보도를 만나면 얼룩말을 한 번 떠올려보자. 설 연휴 끝자락에 갑자기 왜 얼룩말을 떠올리는지 궁금하겠지만 매년 1월31일은 국제 얼룩말의 날(International Zebra's Day)이다. 

횡단보도에서 얼룩말을 떠올리는 일이 아주 생뚱맞은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횡단보도의 흑백 무늬는 얼룩말과 닮았다는 이유에서 'Zebra Crossing(얼룩말 횡단보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횡단보도 디자인이 얼룩말에 영감을 받았다는 설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설이다.

공식적으로는 1948년 영국 교통부 장관이었던 제임스 캘러헌(James Callaghan)이 교통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새로운 횡단보도 디자인을 보고 "얼룩말 같다"고 언급한 데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룩말을 닮은 횡단보도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얼룩말이 가진 흑백무늬 역시 보호 기능을 한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얼룩말을 닮은 횡단보도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얼룩말이 가진 흑백무늬 역시 보호 기능을 한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횡단보도 흑백 패턴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운전자 시야에 잘 띄도록 설계된 디자인이다. 흥미롭게도 얼룩말 줄무늬 역시 보호 기능을 한다. 얼룩말 줄무늬가 숨기고 있는 이야기, 어디까지 있을까?

탈모가 진행 중인 얼룩말 (사진 Paradoxurus)/뉴스펭귄
탈모가 진행 중인 얼룩말 (사진 Paradoxurus)/뉴스펭귄

얼룩말은 피부도 줄무늬일까?

겉보기와는 달리 사실 얼룩말 피부는 검은색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진화생태학자 팀 카로(Tim Caro)교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얼룩말 피부는 검은색이며, 줄무늬는 색소가 없어 흰색이다. 검은 털 모낭에는 멜라닌이 풍부한 반면, 흰 털 모낭에는 멜라닌이 존재하지 않는다.

얼룩말 줄무늬 역할에 관한 연구는 진행 중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얼룩말 무늬가 포식자들의 시각적 착각을 유발하거나 체온 조절을 돕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레비 얼룩말 (사진 African Wildlife Foundation)/뉴스펭귄
그레비 얼룩말 (사진 African Wildlife Foundation)/뉴스펭귄

얼룩말 귀는 당나귀 귀(?)

왠지 이름에서 얼룩말은 '말'과 더 가까울 것 같지만 유전적으로 당나귀와 더 가깝다. 특히 그레비얼룩말은 당나귀와 비슷한 체형을 가지고 있으며, 귀가 길고 발굽이 좁은 특징이 있다.

얼룩말을 쉽게 볼 수 없는 이유

말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얼룩말은 말처럼 길들일 수는 없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유럽 탐험가들은 얼룩말을 가축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선천적으로 겁이 많고, 공격적인 성향 탓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패닉 상태에 빠지고, 위협을 느끼면 강력한 뒷발질로 저항한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초원에서 살아남는 비밀, "나 잡아봐라"

얼룩말은 시속 65km까지 달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빠르게 달리면서 사자나 치타 같은 포식자들을 피하기 위해 무리 전체가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는 전술을 사용한다. 또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급격히 움직이며 포식자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피해 가지 못하는 게 있다. 기후위기다. 얼룩말이 살아가는 환경은 예전과 같지 않다. 특히 케냐, 에티오피아에 서식하는 그레비얼룩말 개체 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급감하고 있다. 2022년 6월부터 9월 사이에만 케냐에서 약 40마리 그레비얼룩말이 가뭄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전체 개체 수 약 2%에 달하는 수치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선 얼룩말 '세로' (사진 MBC 영상 캡처)/뉴스펭귄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선 얼룩말 '세로' (사진 MBC 영상 캡처)/뉴스펭귄

진짜 서울 횡단보도를 건넜던 얼룩말, '세로'

2023년 3월 23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수컷 얼룩말 '세로'가 우리를 탈출했다. 동물원 내부 목재 시설물을 부수고 탈출한 세로는 인근 도로와 골목을 누비며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관계 기관 구조로 약 3시간 30분 만에 동물원으로 돌아갔다.

세로는 2019년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부모를 잃은 이후 단독 생활을 하면서 정서적 불안을 겪었다는 점이 탈출 배경으로 언급됐다. 이 사건은 동물원의 환경과 동물 복지에 대한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얼룩말 3대 종 현황

사바나얼룩말(Equus quagga): 아프리카 전역에 널리 서식하고 있다. 개체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만, 서식지 파편화와 인간 활동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감소세를 보인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준위협(NT)으로 분류하는 멸종위기종이다.

그레비얼룩말(Equus grevyi): 현존하는 얼룩말 중 가장 큰 종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케냐와 에티오피아 건조한 초원에서 서식한다.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현재 IUCN에서 멸종위기(EN)로 분류하고 있으며, 야생 개체는 약 2000마리 미만으로 추정된다.

산얼룩말(Equus zebra): 남아프리카 산악 지대에 서식하며, 케이프산얼룩말과 하르트만산얼룩말 두 아종이 있다. IUCN에서 취약종(VU)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야생 개체는 약 8000마리 미만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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