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 리더기'로 멸종위기 얼룩말을 구한다고?

  • 유호연 인턴기자
  • 2024.03.13 11:11
그레비얼룩말.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그레비얼룩말.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뉴스펭귄 유호연 인턴기자]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동물 패턴 스캔으로 멸종위기 동물을 도울 수 있다.

과학 전문매체 노틸러스는 11일(현지시간) 그레비얼룩말과 고래상어를 자동으로 식별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레비얼룩말 식별 알고리즘을 만든 타냐 버거울프(Tanya Berger-Wolf)는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학부생 시절 그는 생태학과 연구보조원으로 일하며 야생동물 개체수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구축했고, 멸종위기종에 대한 데이터가 너무 적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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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울프의 관심을 끈 동물은 그레비얼룩말이었다. 그레비얼룩말은 현존 얼룩말 중 가장 큰 종이다. 이 얼룩말은 고기와 모피를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남획돼 멸종위기에 처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하 IUCN) 적색목록에 위기(EN. Endagered) 종으로 등재됐을 만큼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현재 전세계 그레비얼룩말 야생 개체수는 약 2000여마리로 추정된다. 버거울프는 얼룩말을 구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고자 했다.

생태학자들은 케냐 정부가 더 강력한 그레비얼룩말 보호조치를 취하길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규정을 만들기 전에 정확한 개체수 조사를 요구했다. 규정이 지역사회에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케냐 삼부루국립보호구역에 있는 그레비얼룩말 무리.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케냐 삼부루국립보호구역에 있는 그레비얼룩말 무리.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기존에는 얼룩말 개체수를 조사하기 위해 직접 포획한 후 몸에 숫자를 쓰거나 마취총으로 잡아 전자추적장치를 심었다. 이 방법들은 많은 비용이 들고 얼룩말에게 고통과 감염 등을 야기했다. 사람이 직접 눈으로 세는 방법 역시 시간과 정확성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돼 왔다.

어느 날 버거울프는 생태학자인 남편이 다른 과학자들과 대화하던 중 던진 "얼룩말용 바코드 리더기만 있으면 쉬울 텐데"라는 농담을 들었다. 그는 이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얼룩말 줄무늬는 개체마다 고유해서 인간의 지문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버거울프는 얼룩말에 '줄무늬 코드'를 부여하고 그 코드를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코드와 데이터베이스가 일치하면 기존 얼룩말로 인식, 일치하지 않으면 고유 ID가 할당되는 방식이다.

AI 기반 알고리즘을 통해 크기, 각도, 노출 등과 상관없이 얼룩말을 식별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데이터를 직접 올려 식별할 수 있도록 무료 오픈소스로 운영됐다.

'핫스포터(HotSpotter)'라고 불리는 이 알고리즘은 케냐 얼룩말 개체수 조사에 사용됐다. 3살부터 90살이 넘는 참가자까지 얼룩말 사진을 찍어 올리며 조사에 참여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레비얼룩말은 국민의 큰 관심을 얻었고, 결국 케냐 그레비얼룩말 관리 법안 통과로 이어졌다.

고래상어. 등에 흰 반점이 있다.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고래상어. 등에 흰 반점이 있다.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한편 비슷한 시기에 고래상어 자동식별 방법도 개발됐다.

고래상어는 살아있는 어류 중 가장 몸집이 크다. 가장 크다고 확인된 개체 길이는 18.8m에 달한다. IUCN 국제 멸종위기 등급에 따르면 '위기(EN. Endagered)' 종이다. 고래상어는 등에 수백, 수천개의 흰색 반점이 있지만 사람 눈으로 분간하기는 어렵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인 제이슨 홈버그(Jason Holmberg)는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중 고래상어를 발견하고 어떻게 추적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는 친구이자 NASA 물리학자인 자벤 아르주마니안(Zaven Arzoumanian)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아르주마니안은 '항성 패턴 매칭 알고리즘'을 고래상어에 적용했다.

별자리처럼 복잡한 패턴을 분석하고 자동화하는 이 알고리즘은 고래상어 등에 있는 점을 식별하는 데 사용됐다. 이 알고리즘이 공개된 지 1년 만에 시민 참여로 6000마리 이상 고래상어 개체가 확인됐다.

이 구체적인 데이터는 IUCN이 고래상어를 기존 멸종위기 등급인 '취약(VU, Vulnerable)' 종에서 재분류하고 보호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버거울프와 아르주마니안, 홈버그 3명은 의기투합해 비영리단체 '와일드미(Wild Me)'를 설립했다. 와일드미는 세계 야생동물 목록을 작성하고 자동화 식별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이 플랫폼은 고래와 기린, 혹등코래, 거북이, 상어, 재규어, 물개 등 수많은 종을 조사하고 있다. 단체는 "앞으로 모든 멸종위기종 개체수 식별방법을 개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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