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반려동물에게 뿌린 진드기약이 의도치 않게 박새 둥지를 오염시키고 새끼 생존율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서식스대 연구진이 박새 둥지를 조사한 결과, 모든 둥지에서 살충제가 검출됐다.
연구진이 푸른박새와 노랑배박새 둥지 103개를 분석한 결과, 모든 둥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다. 또 92개(89%) 둥지에서는 퍼메트린과 이미다클로프리드가 발견됐다.
둥지 하나당 평균 6.3종 살충제가 검출됐으며 최대 11종까지 포함된 둥지도 있었다. 이번 연구는 27일(현지시간) 종합환경과학회지(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됐다.
박새는 둥지를 푹신하게 만들기 위해 개나 고양이의 털을 주워 오는데, 털에 묻은 살충제가 둥지를 오염시키면서 새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둥지에 살충제 종류가 많거나 농도가 짙을수록 부화율이 낮아지고, 태어난 새끼들의 사망률이 증가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검출된 주요 살충제 3종은 사람에게도 해로운 독성을 지녀 10년 전 영국과 EU에서 농업용으로 금지됐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가축에 사용하는 진드기약으로는 여전히 쓰이고 있다.
연구진은 반려동물 털이 둥지 내부에 쓰이면서 새끼들의 피부에 직접 닿아 위험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또 어미 박새가 둥지를 만들기 위해 털을 옮기는 과정에서 살충제를 섭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캐넬리 타신 서식스대 생명과학부 박사는 "반려동물에 사용하는 약품이 원치 않게 야생동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려동물 진드기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반려동물의 진드기 예방과 치료를 위해 무독성 의약품을 사용하거나 정기적으로 털을 빗겨주는 방법을 권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물건과 생활 공간을 자주 청소하는 것도 진드기와 벼룩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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