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최근 30년간 북태평양 수온이 상승하면서 붉은바다거북이 매년 약 20km씩 서식지를 옮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지만, 거북이 새롭게 이동한 지역도 수온이 계속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스탠포드 지속가능대 연구진은 지난 27년간 북태평양에 사는 붉은바다거북이 수온 상승으로 먹이 분포가 변화하자 다른 해양생물보다 6배 빠른 속도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먹이가 풍부한 곳을 찾아 10년에 200km씩 북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2일(현지시간) 프론티어스 해양과학에 실렸다.
연구진은 미국 해양대기청이 1997년부터 16년간 수집한 붉은바다거북 자료를 활용하는 한편, 거북에 직접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북태평양 전이대(transition zone)에 방류한 뒤 이동 경로와 해수면 온도, 엽록소 농도 등을 분석했다. 북태평양 전이대는 아열대와 아한대 기후가 만나는 지점으로 붉은바다거북의 주요 먹이가 가장 풍부한 곳으로 알려진다.
분석 결과, 1997~2024년 사이 붉은바다거북이 10년마다 평균 200km씩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좋아하는 먹이를 따라간 것으로 발견됐다. 대부분 해양생물보다 평균 6배 빠른 속도다.
이러한 북상에도 거북이 먹이를 찾아 이동한 지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27년간 1.6°C 상승했다. 반면, 엽록소 농도는 19% 감소해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이 감소했다는 평가다.
붉은바다거북은 주변 온도에 민감해 이동할 수 있는 해역이 제한적인 종이다. 그럼에도 멀리 북쪽으로 올라갔다는 것은 해당 해역의 수온이 지속해서 상승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연구를 이끈 스탠포드 지속가능대 래리 크라우더 교수는 "거북은 가장 풍성한 음식이 있는 유리한 서식지를 찾는 능력이 있다"며 "지금은 '거북 뷔페'의 음식이 예전만큼 풍족하지 않다"고 비유했다.
연구진은 붉은바다거북이 현재까지는 서식지를 옮기며 해양 온난화에 적응해왔지만, 이동 중 낚싯줄에 얽히거나 차가운 바닷물에 기절하는 등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붉은바다거북뿐 아니라 바닷새나 상어, 고래 등 다른 해양생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해역에도 서식하는 붉은바다거북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VU)종으로 전세계에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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