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한 혹등고래가 바다 3개를 가로질러 1만3046km를 이동해 최장 기록을 세운 가운데, 주된 이유가 짝짓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호주 서던크로스대 연구진은 수컷 혹등고래가 2013~2022년 사이 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 최소 1만3046km를 헤엄쳤으며, 이동 중에 대서양에서 다른 혹등고래 개체군과 어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내용이 담긴 논문은 10일(현지시간) 영국왕립학회 오픈 액세스 저널에 실렸다.
이 고래는 2013년과 2017년 태평양 콜롬비아 해역에서 발견됐으며 5년 뒤인 2022년 인도양 근처 탄자니아 잔지바르 해역에서 다시 목격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혹등고래가 1만3046km를 횡단하는 과정에서 대서양의 혹등고래 개체군과 만나기도 했다.
보통의 혹등고래가 이동 중에 다른 개체군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혹등고래가 짝짓기를 위해 먼 거리를 이동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했다.
'삼천리'라 부르는 한반도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거리가 1200km인 점에 비췄을 때 이 혹등고래는 한반도를 10번 종단하고도 남는 거리를 이동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혹등고래는 매년 8000km 이상 먼 거리를 이동한다. 그러나 가로(횡단)가 아닌 세로(종단) 방향으로 이동하며, 여행 도중 다른 개체군과 섞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동안 일관성을 유지했던 혹등고래의 이동 패턴이 예상보다 더 유연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의견이다.
연구진은 혹등고래 사상 가장 긴 대원 거리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대원 거리는 구면에서 두 점 사이의 최단 거리를 말한다.
이 연구는 시민과학 사이트 '해피웨일닷컴'에 그동안 과학자들과 고래 관찰자, 전세계 시민들이 올린 혹등고래 사진 수십만 장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꼬리의 모양, 색깔, 흉터 등으로 이 혹등고래의 이동을 추적했다.
이 혹등고래는 지난 1999~2001년 사이 브라질에서 마다가스카르까지 9800km를 헤엄친 암컷 혹등고래 이후 20년 만에 새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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