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수능 이틀 뒤였던 지지난주 주말은 따뜻해도 너무 따뜻했다. 공릉천 하구로 겨울 철새 탐조 활동을 하러 나갔던 날이었다.
11월 중순이면 눈이 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인데, 이날은 조금 걸으니 금방 열이 올라서 함께한 이들 중에는 겉옷을 벗고 반팔 차림으로 다닌 이도 있었다.
이날 논길에서 만난 미국쑥부쟁이도 평년보다 더운 날씨를 실감케 했다.
미국쑥부쟁이는 가을에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이름처럼 북아메리카가 고향인데, 한국전쟁 기간에 미군 군수물자에 섞여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안 그래도 가을에 피는 꽃이 좀 늦게까지 피어있었거니 기후위기와 무슨 대단한 상관이 있는고 하면, 꽃이 떨어진 후에 난 새싹에서 한번 더 핀 꽃이었기 때문이다. 농사로 따지면 이기작(二期作)인 셈이다.
지역 토박이 생태 전문가는 미국쑥부쟁이가 두 번 피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11월 중순에 미국쑥부쟁이를 만나는 것도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봄꽃의 대명사인 진달래와 벚꽃이 이상기후로 인해 불시개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불시개화는 개화 시기가 아님에도 꽃이 발육하는 현상이다. 가을에 피는 봄꽃이라니.
늘 오들오들 떨던 때가 외투를 입지 않아도 이제 더 이상 춥지 않은 것. 매일 눈길을 주던 길가의 들꽃이 제 시기를 놓치는 민망한 순간을 지켜보는 것. 그래도 아직 먼발치에 서 있는 줄로 알았던 기후위기가 우리가 밟고, 보고, 만지는 세계 안으로 침투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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