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4만6300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평가된 전체 종의 28%에 해당하죠.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만을 위한 행동에 다양한 생명이 고통받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무시무시’라는 타이틀로 찾아왔는데요, 멸종위기라는 안타까움에 가려진 그 생명의 진가를 알아보려 합니다. 현재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게 도구가 없다면 어쩌면 쉽게 당할, 막강한 힘을 지닌 동물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세계 최대 도마뱀 '코모도왕도마뱀'의 발.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세계 최대 도마뱀 '코모도왕도마뱀'의 발.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뉴스펭귄 배진주 기자] 도마뱀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손바닥 크기 몸집으로 눈앞의 벌레를 잽싸게 낚아채는 모습? 세계에서 가장 큰 이 도마뱀은 새끼 염소를 한입에 꿀꺽 삼킬 수도 있다. 미국 유명 배우 가족의 발을 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 최대 크기로 무시무시한 멸종위기 동물 ‘코모도왕도마뱀’을 소개한다.

철제 이빨로 콱! 산 채로 꿀꺽...

최대 길이 3m, 몸무게 100kg에 육박하는 코모도왕도마뱀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이다. 성체의 평균 몸무게가 80kg에 달해 건장한 성인 남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코모도왕도마뱀 성체의 평균 몸무게는 80kg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코모도왕도마뱀 성체의 평균 몸무게는 80kg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육식동물로 고기란 고기는 다 먹는데, 작은 새부터 사슴, 들소 등을 사냥하거나 사체도 먹는다. 심지어 동족도 가리지 않는다, 새끼 코모도는 천적인 성체를 피하고자 잽싸게 나무를 오르는 등 민첩함을 빨리 습득한다.

입에 있는 독성 타액은 막강한 사냥 무기로 꼽힌다. 도마뱀에게 물려 독이 혈액에 퍼지면 움직일 수 없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먹잇감이 된다. 이를 알고 있는 코모도는 1차 공격 후 잠시 물러섰다가, 먹잇감이 주저앉으면 그때부터 제대로 물어뜯는다.

코모도의 사냥 기술은 ‘잔혹함’의 극치로 평가받는다. 대상이 아직 살아 있을 때 천천히 뜯거나 크기가 작은 경우 통째로 삼켜버리는데, 새끼 멧돼지, 새끼 사슴 등 먹잇감의 울음소리가 뱃속에서 삐져나온다.

코모도왕도마뱀의 사냥 기술은 '잔혹함'의 극치로 평가 받는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코모도왕도마뱀의 사냥 기술은 '잔혹함'의 극치로 평가 받는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코모도 이빨은 ‘철제’로 이뤄져 있다. 지난 7월 CCN에서 보도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은 먹이를 찢어발기는 데 도움이 되는 철제다.

런던 킹스대학교 치과 생명과학 강사 에런 르블랑은 “철분이 이빨 얇은 코팅에 농축돼 있다는 걸 발견했다”면서 “철 코팅이 없었다면 절단면이 빠르게 마모돼 이가 둔해졌을 것”이라 설명했다.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 얇은 코팅에 철분이 농축돼 있어 단단하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 얇은 코팅에 철분이 농축돼 있어 단단하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사람도 치명타... “유명 배우 남편도 발을 물리기도”

2001년 미국의 유명 배우 샤론 스톤의 남편 브론스타인이 코모도왕도마뱀에게 발을 물렸다. 스미스소니안에 따르면, 당시 스톤과 브론스타인은 개인 투어로 로스앤젤레스 동물원에 방문, 관리인과 함께 코모도왕도마뱀 우리에도 들어갔다.

도마뱀이 브론스타인의 흰 신발을 핥자, 관리인은 평시 먹이로 주는 흰 쥐를 상기시킨다고 설명했다. 브론스타인은 신발과 양말을 벗었고, 사진을 찍기 위해 몇 발짝 이동하던 찰나, 코모도가 달려들어 그의 발을 콱 물었다.

한 코모도왕도마뱀이 미국 유명 여배우 샤론 스톤의 남편을 먹으려 해 화제였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한 코모도왕도마뱀이 미국 유명 여배우 샤론 스톤의 남편을 먹으려 해 화제였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코모도왕도마뱀은 앞뒤로 움직이며 발을 먹으려고 했으나 제지당했고, 브론스타인은 적절한 치료를 받아 완쾌했다.

브론스타인처럼 무사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BBC에 따르면, 1974~2012년 코모도가 사람을 공격했다고 집계된 사건은 24건, 그중 5건은 치명적이었다.

2007년, 8살이었던 한 소년이 코모도왕도마뱀에게 공격당해 사망했다. 코모도왕도마뱀 국립공원 관계자는 “코모도가 그의 허리를 물고 사납게 좌우로 흔들었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이후 구조됐으나 출혈이 심해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짝짓기 ‘없이’ 무성생식

암컷 코모도는 수컷 없이도 새끼를 날 수 있다. 생식세포가 결합하지 않고 자손을 만드는 방법을 ‘무성생식’이라고 하는데, 코모도도 이 생식이 가능하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코모도왕도마뱀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이런 방법으로 새끼를 계속 낳으면 멸종위기를 쉽게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이들의 무성생식은 한계가 있는데, 이렇게 낳은 개체는 전부 수컷이다. 암컷 코모도를 낳기 위해선 유성생식, 즉 짝짓기를 통해야 한다.

전 세계에 단 1383마리뿐

코모도왕도마뱀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인도네시아 ‘코모도섬’ 및 그 근처 일부에서만 서식하는 동물이다.

코모도섬.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코모도섬.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관광·휴양지로 인기를 끌며 주거 및 상업 개발로 서식지를 잃었고, 사냥으로 위협받았다. 최근 코모도왕도마뱀 새끼를 밀수해 한국으로 들여온 일당이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현재 야생에 남은 코모도왕도마뱀은 1000여 마리로 집계된다. 1990년대 중반엔 5000~8000마리로 추정됐으나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은 1383마리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 세계에 단 1383마리 남은 코모도왕도마뱀.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전 세계에 단 1383마리 남은 코모도왕도마뱀.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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