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에 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에 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기후위기 최대 피해자인 아이들의 목소리가 결국 어른들에게 가 닿았다. 충분하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어른들이 미래 세대에게 귀를 기울이는 제스쳐가 나왔다.

어린이, 청소년, 시민 사회가 제기한 기후 헌법소원에 대해 며칠 전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빈약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인정했다.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 두 가지다.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과소보호금지원칙’과, 국민의 기본권 등 공동체 유지의 중요 사안은 국회가 직접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 같은 듣기 좋은 구호에 따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차가운 법리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모든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환경권에 대한 정부의 시급한 책임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영해 2026년 2월까지 새로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더 구체적이고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설정된다면 정부에도,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계에도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기후 행동과 변화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당장 까다로운 숙제가 많다. 여전히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 구조,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력망 구축 등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이 줄을 서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이 단순히 멀리 있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를 지키는 것에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 확실히 인정된 만큼, 정부와 국회가 자세를 고쳐 앉고 치열하고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방법을 모색하길, 주권자인 국민을 지키는 정치를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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