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미국에는 NFL(미국 미식축구 리그), MLB(미국 야구 메이저리그) 등 전 국민의 주목을 받는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대통령 취임식 등 중요한 국가 행사에 등장해 비행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특별한 새가 있다. 미국인들은 여러 역사적 순간마다 이 유명한 새의 비행을 보며 자유와 연대, 화합을 떠올렸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미국인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 특별한 새의 이름은 '챌린저'다.
챌린저는 흰머리수리다. 흰머리수리는 오래 전부터 미국이란 나라와는 떼려야 땔 수 없는 새로, 최근 LG전자와 뉴욕 양키스가 공동으로 진행한 멸종위기 동물 보호 캠페인에 등장했다.
오랫동안 미국 내 멸종위기종이었던 흰머리수리는 잘 알려진 미국의 국조로서, 미국 대통령 인장, 국가 도장, 미국 중앙정보국(CIA) 마크, 미 해병대 마크 등 정부기관의 로고에 사용되며 화폐에도 들어갈 정도로, 그야말로 미국을 상징해왔다.
그러나 새끼 흰머리수리 챌린저의 삶은 그렇게 순탄하지 못했다. 1989년 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에서 생후 3~5주의 새끼 흰머리수리 한 마리가 거센 폭풍우를 이기지 못하고 둥지에서 떨어져 날아갔다. 다행히 사람들의 손에 구조된 흰머리수리는 자기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구조한 흰머리수리에게 직접 손으로 먹이를 주며 그를 보호했다.
그해 초여름, 새끼 흰머리수리는 근처 뉴올리언스의 오듀본 동물원(Audubon Zoo)으로 옮겨졌다. 비행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까지 한달가량 더 동물원에서 지낸 흰머리수리는 이후 근처 앨라배마주로 옮겨가 건터스빌 호수에 방사됐다.
흰머리수리가 자연으로 돌아가자 일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흰머리수리가 사냥 등 생존에 필요한 기술들을 배워야 할 중요한 시기에 사람들의 손에 길러져 야생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굶주린 흰머리수리는 계속해서 사람들 근처에서 음식을 찾았다. 지역 야구 경기장 근처에서 기아 상태로 발견됐으며, 사람에게 음식을 얻기 위해 주변을 날아다니다가 겁을 먹고 막대기를 휘두르는 사람에게 맞을 뻔도 했다. 세 차례에 걸친 방사 끝에 결국 전문가들은 이 흰머리수리가 야생에서 사냥을 해 살아남을 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United State Fish and Wildlife Service)은 흰머리수리를 내슈빌에 위치한 미국 독수리 재단(American Eagle Foundation)에 인계했다. 재단은 당시 몇 해 전 발생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흰머리수리에 챌린저(Challenger)라는 이름을 붙여주고는 정성껏 돌봐줬다.
당시 멸종위기종이던 흰머리수리의 종 보호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훈련받던 챌린저는 1995년 처음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버러에서 열린 프로 낚시 대회 배스마스터 클래식(Bassmaster Classic)에서 개막식 국가 연주 중 자유비행 시범을 선보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 위를 천천히 돌던 챌린지는 내려와야 할 정확한 시점에 훈련사의 장갑을 정확히 찾아 멋지게 착지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관중들은 환호와 감동의 눈물로 미국의 국조이자 자유와 용기의 상징 흰머리수리의 비행에 화답했다. 이를 시작으로 챌린저는 수많은 중요 행사와 스포츠 경기에서 자유비행 퍼포먼스를 보이며 미국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챌린저는 특히 미국인들에게 가장 큰 상처로 남은 9.11 테러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행사에서도 의젓하게 날아올라 미국 국민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챌린저는 MLB 월드시리즈, NFL 프로볼, 데이토나 500 등 스포츠 행사를 비롯해 각종 박람회, 자선행사, 대통령 취임식, 미 국회의사당 기공식 등에서 350여회 이상의 자유비행 퍼포먼스를 선보이다 2019년 백내장 수술 여파에 따른 건강 문제로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로 35살이 된 챌린저는 현재 테네시주에서 평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챌린저는 멸종위기에 빠진 흰머리수리를 대표해 사람들에게 멸종위기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종 보호 노력을 촉구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전역의 종 보존 노력에 2007년 흰머리수리는 미국 내 멸종위기 목록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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