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유호연 인턴기자] 돌고래쇼에 투입된 고래 2마리가 올해 잇따라 폐사한 가운데 동물권 단체가 해당 업체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단체에서는 윤리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법적인 문제에서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업체 측에서는 '법이 정한 기준에 맞는 시설이며 전문 인력이 관리 중'이라고 반박했다. 돌고래는 과연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옳을까?
<본지>는 국내 한 업체에서 지난 2월 큰돌고래 2마리가 잇따라 눈을 감은 사안에 대해 동물권단체와 수의사, 그리고 업체 측 주장을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돌고래들의 건강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입장 차이다.
당시 문제를 지적했던 단체(핫핑크돌핀스)는 해당 업체(거제씨월드)가 폐사한 돌고래 2마리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관리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들의 주장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단체 주장① "큰돌고래를 무허가 반입했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는 거제씨월드가 2022년 4월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을 무단으로 이송했다고 주장한다. 해양보호생물인 큰돌고래는 이송 전 해수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거제씨월드는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검은 해당 사건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규정을 위반한 부분이 있지만 돌고래가 안전하게 사육되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 기소하지는 않았다. 핫핑크돌핀스는 이 결정에 반발해 재판을 청구했다.
단체 주장② "새끼 돌고래 출산은 불법이다"
거제씨월드에서는 지난 4월 2일 새끼 돌고래가 태어났다. 단체는 돌고래 출산이 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2월 시행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수족관에서의 신규 고래류 개체 보유가 금지됐다.
단체는 이에 대해 "새끼 돌고래가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희망하지만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이 정한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 주장③ "특성이 다른 종을 같은 환경에서 사육한다"
이들은 업체가 서식 환경이 다른 큰돌고래와 흰고래(벨루가)를 같은 수족관에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연 상태에서 큰돌고래는 온대, 아열대, 열대에 서식하고 흰고래는 북극에 산다. 조 대표는 "큰돌고래와 흰고래는 같이 키울 수 없다"면서 "북극곰과 판다를 같이 키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등이 진행한 거제씨월드 합동 점검 결과 보고서에도 이 내용이 나온다. 당시 보고서는 "서식 환경이 완전히 다른 종을 보유하고 있어 사육 개체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거제씨월드 "법 기준에 맞게 설계됐고 전문 인력과 함께 운영 중"
이런 주장에 대해 거제씨월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새끼 돌고래 출산 논란에 대해서는 "출산 자체가 불법이라는 주장은 오해"라고 밝혔다. "신규 개체 보유가 금지된 것은 맞지만, 자연번식으로 탄생한 새끼 돌고래에게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법적인 해석이 명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출산을 막기 위해 강제로 낙태하거나 안락사를 시키면 오히려 그게 동물복지에 반하는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거제씨월드는 5월 20일 공개한 입장문에서 "단지 법 위반의 염려 때문에 동물 복지 윤리에 반하는 낙태 및 안락사를 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단순 법리해석보다 새끼 돌고래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사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설로 당시 법규에서 정하는 기준에 맞게 설계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인허가를 득한 후 많은 전문 인력과 함께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업체 측 입장문.
한편, 해당 주장에 대해 조 대표는 "처음부터 자연번식을 막았어야 한다"고 재반박했다. 그는 "국내에는 새끼 고래를 양육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어서 한 성별의 돌고래만 키우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공원이 1984년 돌고래쇼를 시작하고 문을 닫는 17년 동안에도 새끼가 태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거제씨월드가 제대로 암수분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뉴스펭귄>은 해당 주장에 대한 업체 측의 추가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 부서에 전했다"라는 답변 이외의 추가 회신은 27일 오후 현재 오지 않았다.
돌고래가 원래 사는 곳은 바다다. 고래를 수족관에 전시하거나 쇼에 투입하는 게 옳지 않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동물원 등에서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이 개체수 보호 등에 오히려 유리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양측의 입장이 늘 팽팽한 가운데,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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