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비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비버가 지구가열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알래스카 북극 툰드라 지역에 비버가 증가함에 따라 지구가열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갈색 털을 지닌 설치류 비버는 하천이나 늪지대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서식하는데 이 연못이 지구가열화 심화의 주된 이유다. 비버가 형성한 연못이 영구동토층 해빙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구동토층은 지질학적으로 2년 이상 토양온도가 0℃ 이하로 유지되는 토양층을 의미하며 고위도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영구동토층은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의 천연 저장고 역할을 해 탄소배출을 완충한다.

그런데 비버가 형성한 연못은 겨울의 찬 공기가 토양으로 스며드는 것을 차단시키기 때문에 영구동토층이 잘 녹는 환경이 형성된다. 영구동토층이 해빙되면 자연스레 그 속의 메탄이 다량 방출돼 기후위기가 심화될 수 있는 것이다.

알래스카 대학교 생태학자 켄 테이프 교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적외선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비버가 만든 연못과 메탄 배출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드러났다"며 "이런 변화는 기후위기를 점점 가속화시킬 것"이라 말했다.

그 외 수질 악화, 물고기 이동에 미치는 영향 등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다. 

빨간색 테두리가 알래스카주 노스슬로프 지역이다. 생태학자 켄 테이프는 2100년엔 노스슬로프 전체가 비버의 서식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 google map)/뉴스펭귄
빨간색 테두리가 알래스카주 노스슬로프 지역이다. 생태학자 켄 테이프는 2100년엔 노스슬로프 전체가 비버의 서식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 google map)/뉴스펭귄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알래스카 북극 툰드라에서 비버가 조성한 연못 수는 최소 1만2000개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년간 2배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점점 북쪽으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 알래스카뿐 아니라 캐나다 북부 지역 등에서도 비버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

테이프 교수는 "엄청난 규모"라며 "모델링 작업을 통해 분석한 결과 2100년엔 알래스카주 노스슬로프 전체가 비버의 서식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지구가열화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구가열화로 기온이 따뜻해지자 비버가 서식하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돼 개체수가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연구자들은 비버 연못과 메탄 배출량 증감 사이의 연관성을 살피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메탄 배출량을 측정할 계획이다.

한편 <뉴스펭귄>은 '너희가 왜 여기에...?' 비버가 알래스카 점령한 이유를 통해 기후위기로 비버가 북극 최북단까지 출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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