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국서부발전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사진 한국서부발전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2~6위에 드는 한국전력의 5개 발전사들이 개인의 친환경 실천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SNS상에서 활발하게 전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기업인 만큼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려는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보다는 재생에너지 전환 등에 집중하고 자사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을 알리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서부발전

서부발전은 최근 '만약에 에너지 알리미가 있다면?'이라는 제목의 인스타툰(인스타그램과 웹툰의 합성어)을 게시하고 "일상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찾아 절약하면 탄소중립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서부발전은 또 지난달 25일 미국의 국립공원 복원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게시물에서 "자연은 지속가능한 경제를 창출하는 최고의 도구 중 하나입니다"라고 표현했다. 자연을 인간의 개발을 위한 '도구'로 보는 인식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이 게시물의 메시지와 상충한다.

(사진 한국서부발전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한국남동발전

남동발전은 최근 두 달 사이 친환경 운전하기, 옷 오래 입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또 회사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으로 출퇴근 시 대중교통 이용하기, 계단 이용하기, 냉난방기 효율적으로 가동하기, 조명 소등하기 등을 제시했다. 남동발전은 2022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 기업이다.

한국남부발전

남부발전은 지난달 23일 장바구니 이용하기, 텀블러 사용하기, 가까운 곳은 걷기 등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A4용지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물 10L가 필요하고 탄소 3g를 배출한다며 '노페이퍼'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자사의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을 설명하며 "남부발전은 풍력발전기가 있어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선다"는 내용의 게시물도 올렸다.

(사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사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한국중부발전

중부발전은 바이오중유를 이용한 화력발전으로 친환경성을 높이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상단에 고정해놨다. 그러나 실제 바이오중유가 친환경인지는 논란의 대상이다. 바이오중유는 수입한 팜유 부산물을 태우는 방식으로 얻는데, 팜유를 생산하는 과정이 친환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바이오중유라고 해서 마치 친환경처럼 여겨지는데 결국 화석연료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방편일 뿐"이라며 "여기에 투자할 인력과 예산을 재생에너지 확대에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중부발전은 SNS에서 디지털 탄소발자국 줄이는 방법을 소개하며 불필요한 메일 정리, 영상 저화질로 내려받기, 모니터 밝기 20% 낮추기 등을 제안하며 "일상 속 작은 생활습관 하나만 바꿔도 많은 양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중부발전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사진 한국중부발전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한국동서발전

지난달 21일 동서발전은 성탄절에 맞춰 '착한 포장' 게시물을 올리고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또 최근엔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전반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올렸으나 동서발전은 202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투자액을 기존보다 5031억원 줄일 계획이다.

이처럼 발전 5사는 개인 차원에서 탄소배출 저감 노력을 권유하고 있지만, 막대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후위기 원인제공자로서 적극 추진해야 할 재생에너지 전환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발전 5사의 10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배출량의 0.57% 수준이며 우리나라 배출량의 32%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전력이 생산하는 전력 중 석탄과 천연가스(LNG) 비중은 각 40%, 23%로 전체 발전량의 63%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다.

발전 5사가 속한 '전환' 부문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의 45.9%를 감축해야 하지만, 재생에너지 전환은 더딘 현실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발전 5사의 전체 발전설비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남동발전이 12.4%, 남부발전이 3.2%, 서부발전이 5.1%, 동서발전이 1.6%, 중부발전이 1%로 남동발전을 제외하면 평균 2.7% 수준이다. 이들 기업의 총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2488MW로 국가 전체 용량의 1.8%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들 발전사는 앞으로 4년간 석탄·LNG발전소 건설과 설비보강에 24조원을 투자할 예정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는 그보다 5분의 1 적은 4.7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부발전과 중부발전은 2027년 이후, 남동발전은 2025~2026년, 남부발전은 2026~2027년 태양광 투자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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