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생태학살 새만금 SOC 중단하고, 만경·동진강 하구 갯벌 보존하라"
지난 8월, 전북 새만금에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파행되면서 국토교통부선 항만, 신공항, 철도 등 새남금 SOC 사업의 적정성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정부는 새만금 사업 전면 재검토와 내년도 새만금 SOC 예산을 78% 삭감했으며, 새만금 신공항 예산은 580억원에서 66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전북 정치권과 건설업체 등에선 정부의 행보를 '전북 죽이기'라고 비판하며, 새만금 SOC 예산 복원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 역시 새만금 SOC 예산 복구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11월 27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새만금 SOC 예산 삭감, 갯벌 복원 예산으로 전환' 궐기대회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국회의원 강은미·류호정·이은주·장혜영 의원실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공동행동 측은 "지난 32년간 전북 정치인과 대선주자들은 새만금 사업이 전북도민을 위한 사업인 것처럼 홍보해 왔다. 하지만 새만금은 대기업의 돈 잔치와 정치인의 치적 쌓기로 이용됐을 뿐, 전북을 발전시키거나 도민들의 삶을 향상하지 못했다. 소중한 갯벌과 바다를 파괴하며 도민의 삶을 더욱 악화시켰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018년 국회 김종회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1991년 새만금 사업 착공 이후 투입된 4조5100억원 가운데 72%(3조2454억원)가 현대, 대우, 대림, 롯데, 현대산업개발 등 상위 20개 업체에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들은 새만금 사업과 관련된 예산 대부분이 서울 및 수도권 소재 기업에 돌아갔고, 전북 기업에 돌아온 예산은 0.2%에 불과한 만큼 항만, 신공항 건설 등을 목적으로 하는 새만금 사업이 전북도민을 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새만금 방조제 건설로 전북의 1차 어업은 매년 1조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 2, 3차 가공산업과 서비스산업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액은 연간 2조원에 달한다. 새만금 사업은 결코 전북도를 위한 사업이 아니며, 오로지 자본과 공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소중한 혈세를 탕진하고 갯벌에 기대 살던 생명을 90% 가까이 말살시켜 온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공동행동과 국회의원 강은미·류호정·이은주·장혜영은 기후붕괴와 생물다양성 붕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새만금 SOC 예산 전액 삭감을 강조하고, 갯벌 복원과 보존하기 위한 예산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궐기대회를 열었다. 궐기 대회에는 수도권부터 세종, 대구,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약 160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새만금 토본 개발을 통한 국토 균형 발전이 환상에 불과하단 사실을 새만금 잼버리 실패로 똑똑히 보았다. 대규모 자연을 파괴한 참혹한 현장에 전세계 미래 세대를 초대했던 행사는 약속된 지역경제 발전을 가져오긴커녕, 추가예산과 케이팝스타를 동원해도 수습될까 말까 하는 국제적 망신으로 남았다. 더 이상 이런 형태의 토건 예산 나눠 먹기식 대책은 결코 지역 균형발전의 해답이 될 수 없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해 새만금 SOC 예산을 갯벌을 메우고 활주로를 만드는 데 사용할 게 아니라, 탄소를 흡수하는 갯벌 보전에 쓰고 새만금호 수질과 생태계를 개선하는 등 녹색 전환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필 공동행동집행위원장은 "새만금은 전라북도를 휘감는 만경강과 동진강의 하구로 만들어진 호다. 정부는 간척호를 담수화해 농사에 쓰겠다고 했지만, 20년간 담수화에 성공한 적 없다. 바다를 막아 만들어진 호는 해수와 담수의 성층화가 이뤄지므로 공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즉 이를 농사에 사용하겠다는 것은 사기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5월에 완공된 스마트 수변도시도 마찬가지다. 새만금 개발청은 내년까지 2만 5000명이 거주할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지금 그곳엔 모래바람만 날리고 있다. 이제 새만금 갯벌을 복원, 남겨진 갯벌 복원과 수질 해결을 위해 바닷물을 열어야 한다. 강이 흐르듯 썰물과 밀물이 흐르면 수질도, 생태계도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의 희음 작가는 "새만금은 '만금'이 나오는 평야라는 뜻으로, 매립 사업을 통해 전북 주민들이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사업이 시작되고 어민들의 삶은 무너져 내렸다. 또 방조제 사고로 류기화 어민이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갯벌이 삶 그 자체인 조개, 게, 새들의 숱한 목숨이 흩어졌다. 갯벌에 기대 살아가던 목숨으로부터 집과 일터, 희망을 빼앗고, 가진 자들의 창고를 불리는 것이 새만금 사업의 실체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국가 차원의 폭력행위나 다름없다"고 발언했다.
녹색당 김찬 대표는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이 새만금 개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새만금에서 '쌀을 생산하겠다', '공항을 짓겠다', '카지노를 만들겠다'고 말한 이들은 흰발농게를 보고 자신들이 수많은 생명을 짓밟은 생태학살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 주용기 선임연구원은 "새만금은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갯벌인 만큼, 수많은 생물이 번식하고 긴 여정을 위해 거쳐 가는 곳이다. 새만금은 우리만의 갯벌이 아닌, 해양생물과 새들이 번식지, 비번식지, 월동지로 이동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다. 이런 곳을 방조제로 틀어막고, 간척으로 없앤다면 생물들은 멸종하고 말 것이다. 어민들의 생존권과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새만금 갯벌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가소비녀회 한 하상 바오로 수녀는 "지역발전을 꾀한다는 새만금 간척 사업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역발전과 상관없는 갯벌 파괴 공사만 이어가고 있다. 기후붕괴와 생물다양성 붕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간척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야만적인 행위는 멈추고, 정신 차려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북지역 의원들은 말 못 하고 숨죽인 생명체들에게 '사람들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해 너희가 희생해야 한다'고 동의를 구했는가. 이제 무자비한 생명 학살을 멈추고 전세계를 이동하는 새들과 바다와 갯벌에 의지해 살아가는 생명, 지역민들을 위해 보존하고 복원해야만 한다"고 발언을 이었다.
평화바람의 한선남 활동가는 "지난 30년간 전북 정치권과 중앙정부, 대통령 모두 새만금의 청사진을 그려왔지만, 오늘날까지 그 어떤 청사진도 실현되지 못했다. 새만금의 어업생산량이 감소하며, 자립적으로 생산활동을 이어온 지역주민들은 일용직, 비정규직으로 불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경강, 동진강 하구를 틀어막은 방조제로 강물이 썩어 들었다. 육지의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갯벌은 바닷물이 들지 않자, 산소가 사라져 갯벌의 저서생물과 새들이 죽어 나갔다. 해수 유입만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임에도, 정치권은 새만금 내측의 수심을 낮춰 더 많은 매립지를 확보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은 완전히 말라버린 갯벌처럼 보여도, 바닷물이 들어오면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새만금에는 수라갯벌처럼 회복될 수 있는 갯벌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국회는 혈세를 생명 파괴에 사용하는 것을 멈추고, 대기업 살리기가 아닌 갯벌 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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