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뤄지는 생태학살, 간척에 대하여

  • 임병선 기자
  • 2022.09.08 11:14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바다였던 곳을 흙으로 메워 평지로 만드는 것을 ‘간척’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해안이 구불구불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 갯벌이 주된 간척 대상이었다. 한국은 지도를 바꿀 만큼 많은 갯벌을 없앴다.

현재 한국 갯벌은 간척 이전에 비해 50%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갯벌 간척사업으로 메워진 면적은 1971.58㎢다. 서울시 면적 605.2km²의 3배가 넘는다. 간척지 중에서도 대형 프로젝트인 인천공항 영종도, 전남 새만금, 경기 시화호가 유명하다.

갯벌을 흙으로 덮는 간척은 명백한 야생생물 서식지 파괴다. 갯벌에 살던 게, 가재 등 수많은 생물이 매장된다. 이에 따라 철새들도 먹이터를 잃고 주변 다른 곳에 밀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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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하기 쉽지만, 바다를 메울 흙을 얻기 위해 파헤친 산도 원래는 여러 생물의 서식지였다. 1999년 국회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전국 간척사업을 위해 산 150개가 토취장으로 이용됐다는 점이 지적됐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갯벌. 사진은 순천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간척하게 죽어다오

이처럼 방대한 야생생물 서식지가 파괴됐지만, 야생생물의 생존을 보장하는 방안은 전혀 없었다.

그나마 일부 지역은 법정 보호종인 조류 서식지임이 드러났을 때, 사업자가 인공습지를 조성하거나 조류 대체서식지를 만들어 생태계 피해를 저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갯벌을 대신할 수 없고, 효과도 불분명하며, 어떤 곳은 약속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갯벌 위에 세워진 도시, 송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갯벌 위에 세워진 도시, 송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송도국제도시는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였던 송도갯벌을 간척하고 세워졌다. 

송도 간척 주체인 인천자유경제구역청은 11공구에 아주 약소한 대체서식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송도국제도시 건축을 위해 간척된 송도갯벌은 53.36㎢, 조성이 예정된 대체서식지는 0.18㎢ 정도다.

송도갯벌은 이미 상당 부분 매립됐으며, 현재는 송도국제도시 동쪽 가장 끝인 10공구와 11공구를 매립 중이다. 조류보호단체 저어새와친구들 모니터링에 따르면 2022년 초 10공구 건축이 시작되자 저어새와 도요류 등 물새의 발견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

송도에서 저어새 서식지 보전활동을 펼쳐온 환경단체 가톨릭환경연대는 최근 <뉴스펭귄>과 전화통화에서 "저어새 서식이 확인됐을 때 갯벌을 그대로 뒀어야 했다. 만든다는 대체서식지는 대체서식지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냥 그 정도 남겨뒀다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마저도 취소하라는 목소리가 있는데 진행한다니 그정도만 되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저어새와 친구들에 따르면 송도 갯벌이 매립되며 서식지가 줄어든 이후 송도 인근 주요 서식지인 남동유수지에 나타나는 일부 저어새가 낳는 알이 1~2개로 줄었다. 저어새는 일반적으로 한 번에 알 3~5개를 낳는다.

경기 시흥시, 화성시, 안산시에 걸친 시화호에서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보호 방안을 조건으로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간척사업에 대해 동의를 받았으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경기 앞바다에 방조제를 지어 만든 인공호수 시화호에서는, 육지 방향 안쪽부터 차근차근 간척이 이뤄졌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시화지구(대송단지) 대단위농업개발사업’을 시행할 때 조류 서식지를 마련하기로 한강유역환경청과 협의했다.   

공사 측은 공사를 대부분 마친 2014년, 사후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사후환경영향조사 시 법정보호종을 포함해 조류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계획된 인공습지 및 유수지지역(77.8ha)에 조류가 도래할 수 있도록 설계를 완료하고, 공정계획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시화지구에 조류 대체서식지는 없다. 한국농어촌공사 화안사업단은 “농지 개발이 도중에 일시 중단돼 대체서식지도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뉴스펭귄>에 최근 밝혔다. 사업단 측은 내년 중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대체서식지는 없었지만 노랑부리백로를 비롯한 조류들이 습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반면 현재 일부 농지는 주민들에게 임시지만 정상적으로 임대 중이다. 2013년 말 발표된 환경영향조사 보고서에는 사업구역 내 조성하려는 습지는 조류 대체서식지가 돼야 하므로 다른 공사에 앞서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갯벌워치’가 필요한 이유

한국 갯벌은 아직 절반이 살아 있다. 또한 간척했던 땅을 갯벌로 되돌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갯벌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이미 진행 중인 사업에서도 지속적으로 서식지 파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송도 저어새 서식지 유실이 대표적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2019년 ‘갯벌 및 그 주변 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앞으로 대규모 간척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5년마다 갯벌 관리, 복원 기본계획을 세워야 하고 역간척 등을 이용해 갯벌복원을 한다.

실제 해양수산부는 2021년 10월 ‘제1차 갯벌 등의 관리 및 복원에 관한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이들은 25년까지 갯벌 4.5㎢를 추가 복원할 계획이다.  

충청남도에 위치한 부남호가 역간척이 예정된 대표적 예다. 부남호는 충청남도 태안군 남면 당암리와 서산시 부석면 창리를 잇는 서산B지구방조제 건설 이후 형성된 호수다. 충청남도는 갑문을 따로 만들고 부남호에 바닷물을 유통시켜 자연 하구와 같은 기능을 하도록 만든다는 구상이다.

또한 많은 사람이 간척지가 야생생물 서식지로서 기능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구역에서는 다시 철새나 여타 생물의 서식지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화호 조성 이후 육지와 연결된 화성시 형도는 시화호 건설 이후 방치돼 있었으나, 멸종위기종이 많이 서식하는 환경으로 변했다. 멸종위기종 서식이 확인된 건 2008년이다. 

2022년 현재, 형도 인근은 신도시 송산그린시티로 인해 야생동물 서식지의 많은 부분이 파괴됐으며, 남은 구간에 신세계그룹의 테마파크가 건설될 예정이다.

토취장으로 이용돼 깎여나간 형도 (사진 )/뉴스펭귄
토취장으로 이용돼 깎여나간 형도 (사진 Tae Hwan Jung - 위키피디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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