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청색광(블루라이트)'이 동물 숙면에 필수적인 호르몬을 억제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백색 LED 조명 등에서 발생하는 청색광이 동물의 수면 호르몬을 교란하는 악영향이 실험에서 확인됐다. '블루라이트 필터'가 없는 야생동물에게 빛공해 피해가 예상된다.
호주 라트로브대(La Trobe University) 출신 야생동물 연구자 앨리샤 디모프스키(Alicia Dimovski)는 LED 조명이 동물 왈라비의 멜라토닌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멜라토닌은 숙면에 필요한 호르몬으로, 혈액 속 멜라토닌 수치가 감소하면 수면 주기가 망가질 수 있다.
앨리샤는 동물이 청색광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내기 위해 왈라비 사육장 3곳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정확한 종은 왈라비 일종인 타마왈라비(학명 Notamacropus eugenii)다. 총 3곳 중 1곳은 일반 백색 LED 조명을, 1곳은 청색광을 제거한 주황색 LED 조명을 설치했다. 나머지 1곳은 인공조명을 없앴다.
앨리샤는 10주 뒤 각 우리에 살던 왈라비를 대상으로 혈액 속 멜라토닌을 측정한 결과, 백색 LED에 노출된 왈라비는 멜라토닌 수치가 낮아졌다. 반면 청색광이 없는 LED에 노출된 왈라비의 경우, 인공조명 없이 생활한 왈라비와 멜라토닌 수치가 같았다.
연구자는 청색광의 이런 특성이 야생동물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높은 전력 효율과 수명 덕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로등, 야간 조명 등이 LED로 교체되는 추세기 때문이다.
앨리샤는 "타마르 왈라비처럼 1년 중 특정 시기에만 번식하는 동물은 새끼를 키울 만큼 충분한 먹이가 있을 때 출산하도록 '생물학적 시계'에 의존한다"며 "많은 호주 포유류는 심지어 보름달이 떴을 때 포식당할 위협이 높아지기 때문에 활동을 줄이기도 한다. 아주 낮은 빛공해조차 야생동물들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앞서 다른 연구진의 선행 연구들을 종합하면 야생동물이 불면증을 겪게 되면 야행성 동물은 밤에 활동해야 하는데 잠이 들어 활동 시간이 줄어들고, 주행성 동물인 경우 밤에도 낮처럼 활동하며 활동시간이 늘어났다. 인공조명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국립공원임에도 스키장이 건설돼 있는 덕유산에서 빛공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나 삵, 하늘다람쥐 등 야생동물이 빛공해 피해를 입으리라 예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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