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전용수거함' 설치현황 조사해 봤더니

  • 최나영 기자
  • 2022.08.23 18:17

<뉴스펭귄>, 전국 시‧도 7곳 ‘종이팩 전용수거함 설치 현황’ 조사 결과…
서울시 25곳 중 4곳선 '종이팩 별도 분리배출' 전혀 할 수 없어

전국 7개 지역의 종이팩 전용수거함 설치 현황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전국 7개 지역의 종이팩 전용수거함 설치 현황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서울시 은평구, 서대문구, 용산구, 강남구 등 4곳은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설치하고 있지 않으면서, 종이팩 교환사업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그래픽 뉴스펭귄) / 뉴스펭귄
서울시 은평구, 서대문구, 용산구, 강남구 등 4곳은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설치하고 있지 않으면서, 종이팩 교환사업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그래픽 뉴스펭귄) / 뉴스펭귄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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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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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우유를 먹고 난 뒤 남은 우유팩은 분리배출이 가능할까? 정답은 ‘우유팩도 분리배출이 가능하다’이다. 다만 우유팩은 일반 종이와 함께 섞어버리면 재활용되기 어렵다. 종이팩은 비닐 재질인 폴리에틸렌(PE)이 양면에 덮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우유팩‧두유팩‧소주팩‧주스팩과 같은 종이팩은 종이류가 아니라 ‘종이팩’으로 따로 분류해 분리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의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에도 ‘종이팩 배출은 다른 종이류와 혼합되지 않게 종이팩 전용수거함에 할 것’이라고 제시돼 있다. 정부는 이 지침의 이행을 각 지방자치단체 재량에 맡기고 있다. 

 

원칙은 ‘종이팩은 전용수거함에 분리배출’,
그런데 전용수거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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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침이 무색하게도 종이팩 전용수거함이 주거지역 인근에 위치하는지 찾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9월 시민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2.5%가 ‘거주하는 곳에 종이팩 전용수거함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분리배출 미스터리, 종이팩 전용수거함 안 보이는 진짜 이유’ 기사 참조>

그도 그럴 것이 실제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설치하고 있는 지자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주민센터를 통해 종이팩을 배출하게 하는 종이팩 교환사업을 벌이는 지자체도 있다. 하지만 종이팩 전용수거함 설치도 종이팩 교환사업도 모두 하지 않고 있는 지자체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민들이 종이팩을 종이류와 구별해 전용수거함에 분리배출하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창구가 막혀 있는 지역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종이팩 분리배출 캠페인 (사진 환경부)/뉴스펭귄
종이팩 분리배출 캠페인 (사진 환경부)/뉴스펭귄

그렇다면 전국의 각 지자체들은 종이팩 분리배출을 위한 체계를 얼마나 잘 구축해 이행하고 있을까? 23일 <뉴스펭귄>은 전국의 특별시‧광역시를 위주로 도시 7곳의 종이팩 전용수거함 설치 현황과 종이팩 교환사업 추진 여부 등을 살펴봤다. 조사는 서울시, 대구시, 부산시, 광주시, 울산시, 대전시, 제주도(제주시‧서귀포시) 등 7곳을 대상으로 했다. 현황 파악은 각 지자체 종이팩 분리배출 담당자가 제공한 자료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서울시 25개 기초자치단체 중 4곳,
'종이팩 전용수거함' '종이팩 교환사업' 모두 없어

조사 결과,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4곳은 종이팩 별도 분리배출 창구를 아예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한 지역 중 이 4곳을 제외한 다른 곳은 모두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설치하고 있거나, 설치하지 않았더라도 종이팩 교환사업 등을 통해 종이팩 별도 분리배출이 가능하게 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시에서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설치한 기초자치단체는 25곳 중 16%인 4곳에 그쳤다. 이 4개 지역은 사물인터넷(IoT) 기반 무인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주민센터나 주택가, 또는 공공시설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었다. 설치 대수는 각각 각각 ▲강서구 20개 ▲성동구 23개 ▲양천구 7개 ▲중랑구 38개였다.

서울 강서구가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 (사진 서울시 강서구청 공식블로그)/뉴스펭귄
서울 강서구가 운영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종이팩 수거함 (사진 서울 강서구청 공식블로그)/뉴스펭귄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중 종이팩 교환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설치한 곳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서울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25개 중 종이팩 교환사업을 실시하는 곳은 18곳이었다. 종이팩 교환사업을 하지 않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는 서울시 용산구, 성동구, 중랑구, 은평구, 서대문구, 양천구, 강남구 등 7곳이었다.

문제는 서울시 용산구, 은평구, 서대문구, 강남구 등 4곳이었다. 이 기초자치단체 4곳에선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설치하지 않았으며, 종이팩 교환사업도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 이 4개 지역 주민들은 종이팩을 일반 종이류와 섞어 분리배출하거나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종이팩을 종이류와 섞어서 같이 배출하면 재활용업체가 충분한 양의 종이팩을 모으기 힘들기 때문에 사실상 재활용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울산‧대전은 종이팩 전용수거함 ‘없음’
종이팩 교환사업만 모든 구‧군에서 ‘시행 중’

다른 지역의 상황은 어떨까. 울산시와 대전시의 경우, 해당 지역구에 종이팩 전용수거함은 하나도 설치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두 지역의 기초자치단체들은 모두 주민센터를 통한 종이팩 교환사업은 실시하고 있었다. 대전시 관계자는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 각 지자체별로 수요조사를 해 종이팩 전용수거함 지원을 해 주는데,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마대 3500개 가량이 대전시 공동주택에 배포됐다”며 “대전시는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종이팩 다량 배출사업장(빵집 6곳)을 대상으로 종이팩을 별도 수거하는 시범사업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시 1720여개, 광주시 622개 종이팩 전용수거함 설치
종이팩 교환사업도 두 지역 모두 모든 구‧군에서 시행 중

반면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적극 설치해 이용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설치된 종이팩 전용수거함이 총 1727개로 나타났던 대구시가 대표적이다. 세부 지역별 종이팩 전용수거함 대수는 대구시 ▲중구 78개 ▲동구 410개 ▲서구 159개 ▲남구 57개 ▲북구 263개 ▲수성구 268개 ▲달성군 491개다. 대구시 기초자치단체 중에선 달서구에만 종이팩 전용수거함이 1개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대구시는 올해 4월 기준, 주민센터를 통한 종이팩 교환사업도 8개 지역구에서 모두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종이팩 교환사업은 종이팩 1㎏을 주민센터에 가져다주면 화장지 2개 또는 종량제봉투 1매와 같은 물품으로 교환해 주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광주시도 각 기초자치단체가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지역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광주시에 설치된 종이팩 전용수거함은 5개 지역구에 총 622개다. 세부 지역구별로는 ▲동구 61개 ▲서구 224개 ▲남구 40개 ▲북구 99개 ▲광산구 198개가 설치돼 있었다. 광주시 5개 지역구도 모두 종이팩 교환사업을 시행하고 있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부산시, 사물인터넷 기반 종이팩 전용수거함 39곳 설치
종이팩 교환사업 16개 모든 구군 주민센터에서 시행 중

부산시도 사물인터넷(IoT) 기반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2019년부터 민간협력‧시비 지원으로 총 39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 수거함 대수는 부산시 ▲동구 1개 ▲해운대구 4개 ▲사하구 5개 ▲금정구 24개 ▲강서구 1개 ▲연제구 4개다.

부산시의 16개 구‧군도 모두 종이팩 교환사업을 주민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중구, 영도구, 부산진구, 동래구를 비롯한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은 종이류와 종이팩을 다른 요일로 구분해 수거하고 있다”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분리수거 업무는 구‧군의 지역 여건에 따라 분리수거 품목‧요일을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부산시는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등과 협력해 구‧군을 통해 공동주택에 수요조사를 실시한 뒤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엔 부산시 9개 기초자치단체의 90개 공동주택에 총 410개의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지원했다. 

 

제주도, 재활용도움센터 111곳에 종이팩 전용수거함 설치

제주도도 도내 설치된 재활용도움센터에서 종이팩을 별도로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재활용도움센터를 111개 운영하고 있으니, 도내 종이팩 전용수거함도 111개 정도 있다고 보면 된다”며 “센터는 제주시엔 56개소, 서귀포시엔 55개소가 있다”고 전했다.

 

환경단체 “분리배출된 종이팩 제대로 재활용하는 것도 중요”

한편 환경단체들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종이팩 별도 분리배출 창구를 마련하는 것뿐 아니라, 분리배출한 종이팩을 제대로 재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시민들이 분리배출한 종이팩을 모두 재활용업체가 가져가 제대로 재활용하고 있도록 지자체과 관리하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아무래도 (종이팩 재활용) 관련 사업이 많이 확대되지 않아서 수요를 가진 업체가 적다 보니 (종이팩을 분리배출해도) 수거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멸균팩을 재활용하는 업체 1곳을 포함해 종이팩을 재활용하는 업체는 10곳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백 활동가는 “분리배출 체계가 지역별로 제각각이고, 정부가 분리배출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환경부는 종이팩 분리배출 현황뿐 아니라 분리배출된 종이팩이 어떻게 재활용되고 있는지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도 “종이팩 전용수거함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고 환경부나 지자체가 명확하게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때문에 종이팩이 별도 전용수거함에 제대로 분리배출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이팩이 수거가 되더라도 선별장에서 제대로 선별되지 못하고 있다”며 “재활용 선별장 내에서 종이팩이 의무적으로 선별되도록 환경부가 지침을 내리고 관리‧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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