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가자!' 수달은 어떻게 창원으로 돌아왔을까

  • 남주원 기자
  • 2021.04.13 11:55
경남 창원 도심하천에서 발견된 야생 수달 (사진 창원시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지구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멸종위기종을 구하기 위해 혼심의 힘을 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흰머리수리를, 우리나라는 저어새를 보존하고 있는 것처럼 크게 보면 국가적 차원의 멸종위기 복원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미국의 국조(國鳥)인 흰머리수리는 현재 멸종위기에서 벗어나 2009년 대비 개체수가 4배 이상 증가했으며, 저어새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번식 가능 개체의 90% 이상이 대한민국에서 번식하고 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더 작게 들어가면 지역사회와 시민들의 노력이 가장 기본이자 중심이 될 터다. 멸종위기종을 지켜내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최근 우리나라 경남 창원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0여년 간 창원시 시민들과 기업체, 학계, 시민단체가 뜻을 모아 지속적으로 도랑을 살리고 하천 생태계 복원에 힘쓴 결과 도심하천의 생태계가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창원에는 지난해 9월 은어가 돌아오고 11월에는 연어가 찾아왔다. 올해는 도심하천인 창원천과 남천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수달 4마리까지 발견됐다.

창원시는 지난달 31일 창원천에서 수달 1마리를 목격했다는 시민제보를 받고 창원천과 남천 일대를 정밀조사했다. 조사 결과 창원천에서 1마리, 남천에서 3마리의 수달이 서식하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도심하천에서 수달 서식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영상촬영까지 성공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견된 수달은 창원천~봉암갯벌~남천 일원을 오가고 하천 상류까지 이동하면서 생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창원천과 남천은 도심하천임에도 불구하고 수질이 양호하고 서식하는 물고기도 많아 수달의 먹이활동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 또 생태하천으로 조성돼 인위적인 영향이 적다는 점이 수달 서식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이 같은 배경에는 시민들이 자연과 공존하려는 의식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창원천에는 많은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산책로가 조성돼 있음에도 수달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편하게 쉬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12일 창원시장 허성무가 창원천과 남천 수달 서식 확인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창원시)/뉴스펭귄

시는 "생태계의 자생력을 믿고 인위적인 서식환경 개선은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신 멸종위기 수달과 도심생태계 보호를 위해 워크숍 개최 등 일명 '수달지킴이 양성' 시민교육과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산책로에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수달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하천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창원시의 '시민 중심' 생태계 보전 활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는 지난해 12월 민·관·산·학 협의회를 구성하고 시민생물조사단을 공모했다. 선발된 71명의 시민생물조사단은 기본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지난달 28일부터 본격적인 조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창원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도심하천과 마산만 바다오염이 심각했는데, 작년에 은어와 연어가 올라오고 이번에는 수달 서식이 확인됐다"라며 “앞으로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서식환경을 보호하고 개체수 증가를 위한 서식처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한편 수달은 과거 전국의 강과 하천에서 흔하게 발견됐으나 2012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인간에 의한 수질오염과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한 탓이다.

수달은 수생태계 질서와 먹이사슬의 균형을 조절해 주는 핵심종이자 생태 환경 건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종이다. 따라서 도심하천에 수달이 서식한다는 것은 하천의 수질과 생물다양성이 개선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