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조, 십여 년 만에 화려한 귀환... '개체수 4배 껑충'

  • 남주원 기자
  • 2021.04.12 16:35
흰머리수리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한때 멸종의 벼랑 끝에 내몰렸던 흰머리수리가 '화려한 귀환'에 성공했다. 흰머리수리는 미국을 상징하는 새이자 먹이사슬의 최상단 포식자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U.S. Fish & Wildlife Service)은 2009년 이후 미국에 서식하는 흰머리수리(American bald eagle) 개체수가 현재 4배 가량 증가했다고 지난달 24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이 발표한 보고서 표지 (사진 U.S. Fish & Wildlife Service)/뉴스펭귄

당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하위 48개 주에서 2009년 약 7만2000마리였던 흰머리수리는 현재 30만 마리 이상까지 개체수가 늘었다. 1963년에는 417쌍밖에 남지 않아 역대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던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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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흰머리수리의 개체수 급증에 대해 미국 내무부 장관 뎁 할랜드(Deb Haaland)는 "진정한 역사적 보존 성공 사례"라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그는 "흰머리수리는 언제나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왔으며 여전히 미국을 상징하는 국조로서 성스러운 종"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은 흰머리수리의 귀환을 지난 수십 년간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노력의 결실로 보았다. 흰머리수리가 계속해서 사냥 및 살충제 등 독약으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목숨을 잃자 당국은 이들 종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미국 정부는 1972년 40개가 넘는 주에서 야생동물에 대한 DDT(유기염소 계열의 살충제·농약) 사용을 금지시켰으며 바로 다음해에는 멸종위기종 법안에 서명하고 흰머리수리를 멸종위기 목록에 추가해 강력한 보호 정책을 펼쳤다. 이후 흰머리수리 개체수는 점차 회복돼 2007년 멸종위기종에서 제외됐다.

흰머리수리의 국제 멸종위기 등급. 개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 IUCN)/뉴스펭귄

아울러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은 흰머리수리 보존 성공과 함께 "오늘날 미국 새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협으로부터 주의를 돌리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들은 특히 '기후위기'에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2019년 미국 비영리 조류보호단체 국립오듀본협회(National Audubon Society)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에 서식하는 새 종의 3분의2가 기후위기로 인해 멸종의 위협에 가까워졌다. 

또 코넬조류학연구소(Cornell Lab of Ornithology) 최신 연구에 따르면 미국 조류의 개체수는 지난 50년 동안 약 3분의1이 감소했다.

흰머리수리는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최소관심'(LC, Least Concern)종으로 등재돼 있다. 이 단계는 멸종위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여러 요소를 종합해 멸종위기 등급을 정한 뒤, 멸종위기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것을 ‘최소관심종’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이들 종은 미국 당국의 노력으로 지난 40년 동안 개체수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멸종위기종 저어새(black-faced spoonbill) 복원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저어새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동아시아에서만 서식하는 조류로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 단계에 처해 있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이에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저어새 새끼에게 먹이를 줄 때 항상 저어새 닮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급이하는 등 이들 종 복원에 열심이다. 저어새는 새끼 때 본 존재를 어미로 여기기 때문이다. 뉴스펭귄은 앞서 1일 제1회 '멸종위기종의 날'을 맞아 실제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원이 일년 동안 경험한 일명 '저어새 육아일기'를 특별 기획해 보도하기도 했다.

국가적 차원의 보존 활동으로 저어새 개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20년 기준 전 세계 저어새 개체군 중 번식 가능 개체의 90% 이상이 대한민국에서 번식하고 있어 노력의 결실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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