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쏘라고 앉아있는 거 아닌데' 부채머리수리가 죽어 나가는 이유

  • 이후림 기자
  • 2021.03.25 14:22
​부채머리독수리 (사진 'Earth Titan'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단지 사람들의 호기심 때문에 중남미 지역 최상위 포식자 부채머리독수리가 죽어나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글로벌 환경전문매체 몽가베이(Mongabay)는 멸종위기종인 부채머리독수리가 인간의 호기심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중남미 전역에서 부채머리수리 박해 기록을 수집한 결과 놀랍게도 인간의 호기심과 새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 욕구가 독수리를 쏘는 주된 이유로 밝혀졌다. 육식인 부채머리수리가 인간의 가축을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 불법 야생동물 거래 등이 주된 원인의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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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머리수리 발톱 (사진 'Massive bird happy eagle'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사냥을 하는 맹금류 중 가장 큰 종으로 분류되는 부채머리수리는 날개 길이 약 2.2m, 평균 무게 약 8kg, 꽁지깃 약 40cm로 거대한 몸집과 발톱을 가지고 있는 독수리다. 남미 최상위 포식자로 주요 먹이는 수목 꼭대기에 서식하는 나무늘보와 원숭이로 알려졌다.

부채머리수리는 중미와 남미 모두에서 안정된 개체 수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사냥과 농업의 확장으로 멸종위기에 있다. 성체가 되어 어미의 품을 떠날 때까지 약 2년이 걸릴뿐더러 2~3년마다 한 쌍당 오직 한 마리의 새끼만 키우기 때문이다.

줄어드는 개체 수를 보며 남미 콰줄루나탈대학교 소속 과학자 에버튼미란다(Everton Miranda)는 사람들이 멸종위기에 처한 부채머리수리를 사냥하는 이유를 연구했다. 2년 동안 180건 이상의 사건을 조사한 그는 사람들이 보통 '호기심'으로 독수리를 쏘고 있다고 전했다.

에버튼미란다는 "사람들은 엄청난 크기의 새를 목격하고 개체가 무엇인지 잘 몰라 자세히 보기 위해 호기심으로 독수리를 쏜다"며 "부채머리수리를 죽이기 쉽게 만드는 안타까운 한 가지 특징은 이들이 한 그루의 나무에 몇 시간 또는 하루 종일 앉아 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가만히 앉아있는 독수리의 행동은 사냥꾼에게 총을 가지고 올 충분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부채머리수리 (사진 'Massive bird happy eagle'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실제 연구에 따르면 새를 가까이서 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호기심이 살해 요인 80%를 차지했고 이어 가축 포식에 대한 예방 또는 보복이 20%를 차지했다. 

그렇게 희생된 부채머리수리의 발톱과 깃털은 불법으로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팔려나갔다. 

연구팀은 "해당 사례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엄청난 수의 독수리가 인간에 의해 희생되고 있지만 사건의 특수성과 불법 행위를 지속하는 사람들에 의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고기나 콩 재배로 인한 서식지 손실보다 직접적인 인간의 박해 행위가 이들이 살아남기 더욱 힘들게 만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부채머리수리 보존 상태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준위협'(NT, Near Threatened) 단계에 처해 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 페루, 베네수엘라 등의 국가에서 취약한 것으로 분류되며 미국에서는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머리수리 IUCN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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