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가 없어' 노래가 생업인데 못 배워 멸종위기에 몰린 '꿀빨이새'

  • 남주원 기자
  • 2021.03.23 08:00
꿀빨이새. 영어로는 'Regent honeyeater'(리젠트 허니 이터)라고 불린다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멸종위기종 꿀빨이새가 '노래하는 문화'를 잃으면서 또 다시 멸종위기에 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교(이하 ANU)는 멸종위기종 꿀빨이새(Regent honeyeater) 성체 수가 줄어들면서 어린 개체가 노래하는 법을 배우지 못함에 따라 이들 종이 멸종위기에 한층 다가섰다고 밝혔다.

인간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걷고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이들 또한 노래하는 법을 배우는데, 그러한 생존 기술을 알려줄 어른 꿀빨이새가 얼마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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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내용은 영국왕립학회보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17일(현지시간) 발표됐다.

ANU 로스 크레이트(Ross Crates) 박사 연구팀은 꿀빨이새 개체수가 최근 수년간 급감하면서 어린 새들이 구애 및 생존에 필요한 노래를 더 이상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꿀빨이새는 구애와 번식을 비롯해 영역 표시, 먹이 위치 공유 등 중요 의사소통을 노래를 통해 나눈다. 그런데 어린 개체들이 자신에게 노래를 가르쳐줄 일명 '멘토'를 찾지 못하게 된 것이다. 

꿀빨이새의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꿀빨이새는 한때 호주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였으나 현재는 야생에 350~400마리의 성체만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호주 산불 사태는 이들 종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화마로 인해 꿀빨이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종으로 등재될 만큼 심각한 멸종위기에 직면했다.

연구팀은 2015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야생 꿀빨이새를 관찰했으며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들의 현장 녹음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수컷 꿀빨이새의 12%는 이들 종이 부르는 고유 노래를 전혀 배우지 못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번식 성공률 감소로 이어졌다.

노래를 못 배운 젊은 수컷들은 다른 종이나 다른 개체의 노래를 흉내내 '단순화되거나 완전히 잘못된' 방식으로 지저귀었다. 암컷 꿀빨이새는 특이한 소리를 내는 수컷을 기피했으므로 결국 이 수컷들은 짝을 이루고 번식할 확률이 낮아졌다.

크레이트 박사는 "인구가 너무 적어 언어를 잃게 된 원주민 사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꿀빨이새의 노래 문화 상실은 이들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중요한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또 연구 공동 저자 데잔 스토야노비치(Dejan Stojanovic) 박사는 "자신의 종과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은 야생동물에게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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