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일본으로 시집가요" 멸종위기 흰코뿔소, 국제결혼 떠나

  • 이후림 기자
  • 2021.03.11 15:27
멸종위기종인 흰코뿔소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멸종위기종 흰코뿔소 엠마가 대만에서 일본으로 떠난다

3일(이하 현지시간) 일본 영자신문 재팬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멸종위기종 남부 흰코뿔소 암컷 한 마리가 종족 번식을 위해 오는 4월 말 대만 레오푸사파리공원에서 일본 사이타마 토부동물원으로 떠날 예정이다. 대만이 번식을 위해 해외로 코뿔소를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멸종위기종 코뿔소 번식 프로그램을 갖춘 레오푸사파리공원은 1979년 아프리카에서 8마리의 코뿔소를 데려와 2021년 현재 23마리까지 개체 수를 늘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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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식을 위해 국제결혼을 떠나는 흰코뿔소 5살 엠마(Emma)는 23마리 중 가장 적합한 코뿔소로 선택됐다. 682kg의 무게에 2.5m의 길이로 다른 코뿔소에 비해 몸집이 작아 해외로 떠나기 쉬울 뿐 아니라 성격이 눈에 띄게 온화하기 때문이다. 사파리에서 가장 큰 코뿔소의 몸무게는 약 2,100kg이다.

일본에서 엠마를 기다리고 있는 첫 구혼자는 10살 코뿔소 모란(Moran)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푸사파리공원 수의사 션우(Sean Wu)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코뿔소가 각자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수줍음이 많은 엠마는 다른 코뿔소와 싸우는 일이 없었고 친구의 음식을 빼앗는 경우도 없었다"며 엠마를 보내기로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흰코뿔소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파리공원 측에 따르면 엠마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 "이리 와", "아니오"와 같은 일본어 과외를 받고 있다. 션우는 "매일 이뤄지는 동물 훈련에 일본어 과외를 추가해 엠마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엠마는 항공기 화물칸에서 듣게 될 비행기 엔진이나 트럭 같은 야외 주변 소리에 익숙해지기 위해 '소리 훈련'도 받고 있다. 엠마를 담당하는 수의사와 사육사가 검역을 위해 엠마가 일본으로 출발하기 2주 전 대만에서 출발할 예정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어도 일주일 이상 머물 예정이다.

이처럼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개체 수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으로 설자리가 없어진 멸종위기종이 굳이 타지 않아도 될 비행기를 타고 짝짓기를 하러 가는 현실이 마냥 축하할 일은 아니라는 것 또한 명백하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고통은 모두 멸종위기종 몫이기 때문이다.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한편 뿔이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미신 때문에 밀렵의 대상이 되었던 흰코뿔소는 많은 과학자와 동물보호단체의 100년이 넘는 노력 끝에 개체 수가 약 2만 1,000여 마리까지 늘어났다. 흰코뿔소는 현존하는 코뿔소 5종 중 유일하게 '준위협'(NT, Near Threatened)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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