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스트레스' 받은 소나무 500그루, 뿌리째 뽑혀

  • 이수연 기자
  • 2024.03.18 18:16
(사진 녹색연합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폭설로 뿌리째 뽑힌 금강소나무. (사진 녹색연합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기후위기로 허약해진 금강소나무 약 500그루가 폭설에 뿌리째 뽑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18일 녹색연합은 지난달 22일 울진군 금강송면 일대에 약 40cm 폭설이 내린 뒤 금강소나무 522그루가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측은 금강소나무가 쓰러진 원인으로 습설을 꼽았지만, 이면에는 기후위기로 약해진 나무의 상태를 지적했다. 습설이란 물기를 머금은 눈으로, 가지와 잎에 눈이 뭉치면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것으로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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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이 집계한 쓰러진 금강소나무는 총 522그루로, 소광리 생태관리센터 일대에서 172그루, 36번 국도 구간에서 200그루, 왕피천 에코투어센터 부근에서 150그루가 발견됐다. 수령은 30년에서 200년으로, 어린나무부터 고령목까지 다양했다.

낙석 방지 시설물을 찌그러뜨리며 쓰러진 금강소나무가 전깃줄에 걸린 모습. (사진 녹색연합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낙석 방지 시설물을 찌그러뜨리며 쓰러진 금강소나무가 전깃줄에 걸린 모습. (사진 녹색연합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나무가 쓰러지면서 전봇대나 안전 시설물 등이 부러졌으며, 도로 경비초소 지붕을 덮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피해는 국가산림보호구역이자 산림청 지정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환경부 지정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등 금강소나무가 대규모로 분포하는 지역에 쏠렸다.

녹색연합 측은 "조선시대 때부터 폭설로 소나무가 부러진 적은 있었지만 뿌리까지 완전히 뽑혀 뒤집힌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폭설로 피해가 집중된 곳은 해발 600m로, 기후 스트레스로 죽어가던 금강소나무 서식지와 95%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녹색연합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폭설로 뿌리째 뽑힌 금강소나무. (사진 녹색연합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폭설로 뿌리째 뽑힌 금강소나무. (사진 녹색연합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폭설로 뿌리째 뽑힌 금강소나무. (사진 녹색연합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뿌리째 뽑힌 건 처음'
기후스트레스 받는 나무들

지구가열화로 눈이 빨리 녹아 봄철에는 수분 공급이 줄고, 여름에는 폭염에 노출돼 나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른바 '기후 스트레스'가 더해졌다는 게 녹색연합의 설명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2015년부터 이곳 금강소나무가 자연 고사하기 시작했다"면서 "생명의 근원은 뿌리인데 200년씩 버티던 나무들도 점차 뿌리의 응집력을 상실해 쓰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후 스트레스로 금강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들이 죽어가고 있다. 2013년에는 한라산 구상나무가, 2016년에는 지리산 구상나무와 설악산 분비나무가 집단으로 고사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2020년에는 지리산, 덕유산 등에서 가문비가 하얗게 고사했다.

기후 스트레스를 받은 침엽수는 잎이 급격히 떨어지고 붉은 잎을 보이다가 죽어간다. 지금까지 고사가 진행된 나무 중 회복 사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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