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다시 흙으로...'파묘'할 일 없는 친환경 장례

  • 이수연 기자
  • 2024.03.11 18:02
시신 퇴비화 과정에서 완성된 잔해물(사진 '워싱턴 주립대학교')/뉴스펭귄
시신 퇴비화 과정에서 완성된 잔해물. (사진 워싱턴주립대)/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미국인 5명 중 1명은 죽은 뒤 흙으로 돌아가는 장례법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11일 미국 보험사 초이스 뮤추얼에 따르면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국인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9%(약 1140명)가 일반적인 매장보다 ‘친환경 매장’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미국인 5명 중 1명은 친환경 매장을 선택했고, 그중 녹색매장, 퇴비화, 수목장이 가장 선호가 높았다. (사진 Choice Mutual)/뉴스펭귄
미국인 5명 중 1명은 친환경 매장을 선택했고, 그중 녹색매장, 퇴비화, 수목장이 가장 선호가 높았다. (사진 Choice Mutual)/뉴스펭귄

친환경 매장이란 흙에서 흙으로 돌아가는 장례 방법을 말한다. 그중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친환경 매장은 녹색매장(27%), 퇴비장(22%), 캡슐수목장(18%) 순이었다. 녹색매장은 일반 매장이나 화장과 달리 방부제나 화학처리를 하지 않은 시신을 생분해성 관에 넣어 매장하는 방식이다. 관이 썩지 않는 일반 매장과 달리, 녹색매장은 시신과 관까지 전부 분해돼 마지막엔 흙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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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RECOMPOSE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RECOMPOSE 홈페이지)/뉴스펭귄

퇴비장은 시신을 나뭇조각, 짚, 약초 등 각종 식물과 특수 용기에 넣고 한 달간 분해하는 방식이다.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시신을 한 달 안에 흙으로 만든다. 

캡슐수목장은 거대한 생분해성 캡슐 안에 시신을 매장하고 그 위에 나무를 심는 방식이다. 시간이 흘러 흙으로 분해된 시신은 나무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화장한 유해를 나무 주변에 뿌리는 우리나라 수목장과 다르다.

캡슐수목장. (사진 GRAZIA)/뉴스펭귄
캡슐수목장. (사진 GRAZIA)/뉴스펭귄

이외에도 친환경 매장에는 화장한 유해를 산호가 서식할 수 있는 구조물 안에 넣어 해저에 배치하는 '산호장', 시신에서 빠져나오는 독성 물질을 정화하는 버섯 포자를 심은 '버섯 수의' 등이 있다. 버섯 수의는 2011년 이재림 디자이너가 고안한 방식이다.

초이스 뮤추얼 측은 "사람들은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인생의 마지막 선택까지 바꾼다"며 "이러한 친환경 장례는 마지막 흔적까지 의미 있게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9년 워싱턴을 시작으로 콜로라도, 오리건, 버몬트, 캘리포니아, 뉴욕주에서 시신을 거름으로 만드는 장례 절차를 합법화했다.

(사진 EternalReef 페이스북)/뉴스펭귄
(사진 EternalReef 페이스북)/뉴스펭귄

시신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친환경 매장이 과연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6년 교황청은 '시신은 신성한 장소에 묻어야 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장사법에서 인정하는 장례 형태는 화장, 자연장, 수목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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