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반복된 '전주 버드나무 학살'에 뿔난 시민들

  • 이수연 기자
  • 2024.03.06 16:10
전주천 버드나무가 잘려나간 모습. (사진 모아 씨 제공)/뉴스펭귄
전주천 버드나무가 잘려나간 모습. (사진 모아 씨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전주시가 홍수 피해를 방지하겠다며 전주천과 삼천의 버드나무 수십 그루를 벌목해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발생한 이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다.

지난달 29일 SNS에는 '나무 수천 그루 벌목한 전주시'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밑동만 남은 채 잘린 버드나무가 나온다. 함께 올라온 글에는 "오늘 새벽 전주시가 다시 나무를 잘랐다. 전주천 버드나무는 법정보호종 수달, 원앙, 삵 등 모든 생명의 은신처인데 전주시민이 사랑했던 모습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게시물은 현재 좋아요 2만9000개를 받는 등 크게 화제가 됐다.

이 게시글을 올린 사람은 전주 완산구에서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운영하는 모아 씨다. 그는 6일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전주시가 작년에도 논의 없이 나무를 잘라서 다음부턴 시민과 협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살면서 생태하천을 볼 때마다 행복하고 자랑스러웠는데 이런 무차별 행정이 또 이어질까봐 불안하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지난달 29일 전주시는 홍수 예방을 위한다는 조치로 전주천과 삼천 일대 버드나무 약 30그루를 잘라냈다. 버드나무가 물 흐름을 막아 홍수를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전주시가 버드나무를 무차별로 벌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베어낸 나무만 약 260그루에 달한다.

1990년대까지 도시화로 오염됐던 전주천은 '자연형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통해 1급수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회복한 우리나라 대표 생태하천이다. 버드나무는 이 과정에서 자리를 지키며 자생해왔다.

전주천 남천교 앞 버드나무가 잘려나가기 전후 풍경. (사진 모아 씨 제공)/뉴스펭귄
전주천 남천교 앞 버드나무가 잘려나가기 전후 풍경. (사진 모아 씨 제공)/뉴스펭귄

이에 지난 4일 전북환경운동연합과 녹색정의당, 전주시민 등 30명이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이 지켜낸 버드나무를 아무런 협의 없이 잘라낸 우범기 전주시장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주천의 생물다양성과 경관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노력해 얻은 결과"라며 "게다가 전주천권역 하천기본계획 어디에도 버드나무가 홍수를 일으킨다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승우 전주시의원은 “사람들이 전주천을 많이 찾는 이유는 전주천만의 경관과 자연성을 보기 위해서"라며 "이러한 생태하천을 다른 하천과 똑같이 만든다면 전주시의 큰 자산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류학자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는 "나무 벌목이나 하천개발 사업은 자연하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지난 시간을 인공하천으로 되돌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전주시는 '앞으로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승철 전주시 도시건설안전국장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기 전까지 하천 물 흐름에 지장을 주는 수목을 제거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각계각층 시민 의견과 생태하천협의회와의 논의 테이블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버드나무 벌목은 전주시가 내놓은 '명품하천' 조성의 일환이다. 생태하천을 엎고 앞으로 7년간 사업비 7085억 원을 투입해 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주천과 삼천을 홍수에 안전하면서도 전시·공연·체험이 가능한 통합문화공간으로 전면 정비하고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