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걸렸다' 멸종위기 딱따구리 위한 숲 탄생

  • 이수연 기자
  • 2024.01.04 17:06
붉은벼슬딱따구리가 지낼 예정인 긴잎소나무숲에 인공둥지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 미국 조지아주 천연자원부 DNR)/뉴스펭귄
붉은벼슬딱따구리가 지낼 예정인 긴잎소나무숲에 인공둥지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 미국 조지아주 천연자원부 DNR)/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붉은벼슬딱따구리 서식지를 회복하기 위해 20년간 소나무숲을 조성한 생물학자의 노력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6일(이하 현지시간) 붉은벼슬딱따구리 세 쌍이 미국 조지아주의 스프리웰 블러프 공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붉은벼슬딱따구리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1976년 이후 47년 만에 돌아온 셈이다.

이번 이주 방사 프로젝트를 맡은 생물학자 네이선 클라우스가 붉은벼슬딱따구리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화재'다. 지난 20년간 긴잎소나무를 심고 2년에 한 번씩 작은 규모의 화재를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활엽수는 줄어들고 긴잎소나무가 크게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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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리웰 블러프 공원으로 옮겨지는 붉은벼슬딱따구리 발에 설치하는 위치추적기. (사진 생물학자 네이선 클라우스)/뉴스펭귄
스프리웰 블러프 공원으로 옮겨지는 붉은벼슬딱따구리 발에 설치하는 위치추적기. (사진 생물학자 네이선 클라우스)/뉴스펭귄

긴잎소나무는 생식을 위해 고온이 필요한 침엽수이기 때문에 불이 붙으면 오히려 성장이 빨라져 다양한 생물의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빈번한 화재는 긴잎소나무숲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도 다수 있다.

생물학자들은 인근 숲에서 안정적인 개체수를 유지하던 붉은딱따구리 6마리를 포획해 이곳 스프리웰 블러프 공원으로 옮겼고, 이들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떠나지 않고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선 클라우스는 "붉은벼슬딱따구리가 한때 살았던 숲으로 돌아왔다는 건 이곳의 심장이 다시 뛴다는 의미"라며 "20년간 바라고 노력한 꿈이 이뤄진 순간"이라고 말했다.

붉은벼슬딱따구리는 나이가 오래된 긴잎소나무에 주로 둥지를 짓는다. 한때 미국 남동부 전역에 널리 분포했지만 무분별한 벌목과 산불을 전부 진압하는 산림청의 옛 관행으로 서식지를 잃었다. 조지아주 천연자원부는 지난 150년간 이 지역에서 긴잎소나무숲 97%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붉은벼슬딱따구리는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준위협(NT, Near Threatened)'에 속한다. 준위협종은 당장 멸종위기에 직면하지 않았지만 가까운 시일에 위협이 찾아올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한 종이다.

(사진 조지아주 천연자원부 DNR)/뉴스펭귄
(사진 조지아주 천연자원부 DNR)/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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