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조레스멋쟁이새'를 20년 만에 돌아오게 한 방법

  • 이수연 기자
  • 2023.10.02 00:05
멸종위기종 아조레스멋쟁이새. (사진 SPEA 포르투갈조류연구협회)/뉴스펭귄
멸종위기종 아조레스멋쟁이새. (사진 SPEA 포르투갈조류연구협회)/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한때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했던 새의 서식지를 20년간 복원해 개체수 회복에 성공한 사례가 눈길을 끈다.

포르투갈 아조레스 제도의 고유종인 아조레스멋쟁이새(Azores Bullfinch)는 토종 월계수 숲에 고립된 채 살고 있었다. 잡식성인 대부분의 조류와 달리 토종 식물의 씨앗, 새싹, 열매 등 40여종을 섭취하는 초식성 조류로, 토종 식물이 있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서식했다.

그러나 1920년대부터 사람들은 자연림을 밀고 일본산 삼나무 농장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칠레 대황, 호주 치즈우드 같은 외래 식물종을 심었고, 그 결과 아조레스멋쟁이새의 먹이인 토종 식물들이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먹이가 부족해진 아조레스멋쟁이새는 1990년대 초반 약 200마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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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05년 아조레스멋쟁이새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으로 분류됐다. 당시 유럽에서 가장 멸종위기에 처한 새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포르투갈조류연구협회(SPEA)는 아조레스멋쟁이새의 개체수를 회복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서식지 복원이었다. 까다로운 아조레스멋쟁이새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분명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

(사진 SPEA 포르투갈조류연구협회 - Antonio Guerra)/뉴스펭귄
(사진 SPEA 포르투갈조류연구협회 - Antonio Guerra)/뉴스펭귄

이들은 외래 식물을 제거하고 아조레스멋쟁이새의 먹이가 되는 토종 식물을 넓게 심었다. 그렇게 토종 월계수 숲 1000에이커가 복원됐으며 현재 50만 그루 이상의 토종 나무가 심겨 있다.

먹이가 늘고 둥지를 지을 토종 나무가 늘어나자 개체수도 증가했다. 2010년에는 약 1000마리로 증가해 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2016년에는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취약(Vu, Vulnerable)'으로 내려갔다. 현재 아조레스멋쟁이새 개체수는 1300마리로, 토종 월계수 숲 5000에이커에 넓게 서식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생물학자 드 라 크루즈는 "아조레스멋쟁이새를 통해 서식지와 먹이 공급원을 회복하면 개체수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이 새가 살아가는 서식지에 대한 더 깊은 연결감과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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