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바다와 사랑에 빠진 순간들

  • 남예진 기자
  • 2024.01.06 00:15
(그래픽 본사DB)/뉴스펭귄
(그래픽 본사DB)/뉴스펭귄

800번의 다이빙, 사랑에 빠진 순간들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여러분은 드넓은 바다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광활한 광경에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린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 한편, 미지로 가득 찬 바다를 보고 두려움이 앞서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한 겹 내려놓으면 고요한 풍경 속에 형형색색의 산호와 의기양양하게 헤엄치는 동물들이 여러분을 반기고 있답니다.

<사랑海 만타>의 저자 장재연 박사님은 2008년 태국에서의 첫 다이빙 이후, 가슴 한편에 다이빙에 대한 열정을 안고 '다이버'로서의 삶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의 직업병 때문일까요? 다이빙을 하며 만난 생물들을 보고, 사람들이 바닷속 친구들을 좀 더 친근하게 여길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죠. 결국 800번이 넘어가는 다이빙 동안 촬영한 바다생물의 사진과 바다를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한 아름 담아냈는데요. 그가 소개하는 바다생물들을 함께 만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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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공평한 육아는 없다


해마. (사진 재단법인 숲과나눔 제공)/뉴스펭귄
해마. (사진 재단법인 숲과나눔 제공)/뉴스펭귄

바다의 말이라고 알려진 해마(海馬)는 외형도 신기하지만 육아 방식도 무척 독특한 편입니다. 보통 다른 동물들은 암컷이 임신과 출산을 전담하지만, 해마는 수컷이 임신을 담당하거든요. 대체 수컷 해마는 어떤 연유로 임신하게 된 걸까요?

아직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새끼 해마를 노리는 생물들이 많다 보니 최대한 많은 새끼를 낳기 위해 암컷과 수컷이 임신과 출산을 함께 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또 수컷에게 임신과 출산을 맡긴 암컷은 알을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그런데 사이좋게 육아하는 해마가 정력에 좋다는 엉터리 소문 때문에 매년 1억 5000만 마리가 남획되고 있어요. 과학자들이 해마에게 그런 성분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잘못된 정보 때문에 죄 없는 동물이 위기에 처한 것이죠.

 

바다에도 리듬체조 선수가 산다?


곰치의 일종인 리본일. (사진 재단법인 숲과나눔 제공)/뉴스펭귄
곰치의 일종인 리본일. (사진 재단법인 숲과나눔 제공)/뉴스펭귄

리본, 곤봉, 후프, 공 등 다양한 도구와 몸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율동을 선보이는 '리듬체조'를 보면 감탄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바닷속에도 멋진 리본 연기를 선보이는 동물이 있단 거 알고 계시나요? 바로 긴 물고기라 불리는 장어(長魚) 중에서도 곰치의 일종인 '리본일(Ribbon Eel)'이 바닷속 최고의 리듬체조 선수랍니다. 한국에선 색댕기곰치라고 불리죠. 긴 몸으로 율동을 선보이며 앞뒤로 오가는 리본일에겐 또 다른 비밀이 있는데요. 바로 살아생전 몸 색깔이 다양하게 바뀐다는 사실이죠.

어릴 땐 검은색이지만 성장한 후엔 수컷은 푸른색 암컷은 노란색을 띠어요. 심지어 성장한 초기에는 수컷의 생식기관이 작동해 수컷이 되지만, 점점 더 자라면서 수컷 생식기관이 멈추고 암컷 생식기관이 작동하면서 암컷으로 변한다네요. 살아가는 동안 색깔만 변하는게 아니라 성별까지 바뀌다니, 정말 신기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가 납작하다고? 천만에!


오징어 가족. (사진 재단법인 숲과나눔 제공)/뉴스펭귄
오징어 가족. (사진 재단법인 숲과나눔 제공)/뉴스펭귄

오징어처럼 납작하다는 말, 들어본 적 있나요? 납작하게 말린 오징어를 식용하는 한국에선 이런 표현을 종종 사용합니다. 그런데 물속을 누비는 오징어를 바라보면, 오동통하고 날렵한 몸매를 뽐내는 친구가 또 없다 보니 오징어로선 억울하다고 생각할 거 같습니다. 심지어 시시각각 색깔과 몸의 형태까지 바꾸니 납작하다는 말 대신 바닷속 멋쟁이라고 불러야할 것 같네요.

오징어는 문어와 갑오징어처럼 머리에 다리가 달린 두족류로, 무척추동물 중에선 지능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몇몇 오징어들은 의사전달을 위해 몸 색깔과 모습까지 뒤바꾸며, 먹이 사냥을 할 때도 이 방법을 채택한답니다.

이렇게 높은 지능을 자랑하는 두족류의 수명은 길어도 몇 년으로 짧은 편에 속하는데요. 그러므로 '태어나는 순간 필요한 능력과 지능을 갖춘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만약 두족류의 수명이 사람처럼 길다면, 바닷속에서 문명을 이룩할지도 몰라요.

 

생명의 고향, 바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고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저자의 말처럼, 바닷속 신비함과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어지죠. 하지만 남획, 해양 폐기물, 수온 상승, 해양 산성화의 여파로 바다의 66%가 심각하게 오염돼 생물들이 갈 곳 잃은 오늘날. 소중한 바다와 바닷속 생물들을 잃지 않도록 함께 지켜보는건 어떨까요?

 

(그래픽 본사DB)/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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