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새 옷 안 산지 5년 째입니다

  • 남주원 기자
  • 2023.12.03 00:05
(그래픽 본사DB)/뉴스펭귄

 

 

착취는 없고, 멋은 있다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이십 대 내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매일같이 옷을 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외에서 한 의류 매장을 방문했다가 충격과 의아함에 휩싸였죠. 마음에 쏙 드는 패딩 가격이 고작 1.5달러라니?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습니다. '넌 어떻게 지하철 요금보다 싼값으로 여기에 온 거니?' 이를 계기로 새 옷 사기를 그만두고, 패션이라는 이름 뒤에 벌어지는 착취적 현실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자 이소연 씨의 이야기입니다. 이소연 씨는 슬플 때는 슬퍼서, 기쁠 때는 기뻐서 옷을 사 모으다 2019년부터 '탈쇼핑중독자'로 거듭났습니다. 그는 현재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에서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는 동시에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로 살고 있죠. 스타일도 환경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저자가 알려주는 '착취 없는 멋부림', 함께 알아볼까요?

 

 

한평생 뽑히는 가슴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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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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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점퍼 생산에 동원되는 오리는 생후 10주부터 평생 동안 가슴털을 뽑히다가 죽음을 맞습니다. 털을 뜯기는 고통과 충격으로 제 명을 채우기도 전에 죽는 일이 부지기수죠. 라쿤은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생을 보냅니다. 오리처럼 '식용' 동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육과 도축 과정에서 제재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잔혹한 생애 끝에 탄생한 라쿤털 외투는 유효기간마저 일시적입니다. 유행이 지난 패딩점퍼는 팔리지 않은 버버리 코트, 에르메스 가방처럼 소각장으로 향합니다. 이에 '윤리적 다운 인증' 제품이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전세계 오리털 생산량의 80%는 동물보호법이 부재한 중국에서 오는 탓에 인증 제도가 유명무실한 현실입니다.

 

 

자기표현과 행복 실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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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쇼핑중독에 빠졌던 젊은 시절을 회고하며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깊이 있는 탐구를 이어갑니다. 그에게 옷을 사는 일은 길을 걷다 껌 한 통을 사는 것만큼이나 쉬웠죠. 하지만 옷을 사면 살수록 행복은 옷장 속 어딘가에 파묻혔습니다. 새 옷에 만족하는 유효기간은 턱없이 짧았고, 어쩔 땐 옷이 많을수록 더 화가 났습니다. '옷이 이렇게 많은데 입을 옷은 없다니?' 쇼핑은 일상적이고도 보편적인 방식으로 그의 삶을 고립시켰습니다. 비로소 그는 깨닫게 됩니다. 옷을 산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게 아니며, 옷을 사지 않는다고 자기표현을 억압하는 것도 아니라는 진실을 말이죠.

 

 

5년째 쇼핑 없는 삶? 가능해요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패션업계 안팎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저자는 직접 겪은 딜레마와 시행착오, 노하우를 나누며 친절하고도 실용적인 안내서 역할을 합니다. 패스트패션에 비슷한 갈증을 느끼며 실천 방도를 찾던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거죠. 이를테면 신제품 구매 없이도 옷장에 변주를 줄 수 있는 방식, 불필요한 소비를 막기 위한 정리 팁, 더는 손이 가지 않는 옷을 친환경적으로 정리하는 방법 등 꿀팁을 대방출합니다. 책장을 넘기던 독자들은 거창한 결심 없이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테죠.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나도 한번 실천해 봐야겠다'고 말입니다.

 

 

(그래픽 본사DB)/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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