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고 죽임 당하고'…보르네오오랑우탄 수난기

  • 이수연 기자
  • 2023.10.24 13:56
인도네시아 목재회사가 숲을 벌채한 뒤 모습. (사진 Aidenvironment)/뉴스펭귄
인도네시아 목재회사가 숲을 벌채한 뒤 모습. (사진 Aidenvironment)/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멸종위기종 보르네오오랑우탄이 연이은 서식지 감소와 불법 살해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글로벌 환경매체 몽가베이는 인도네시아 대표 목재회사가 올해 상반기 개간한 숲의 60%가 보르네오오랑우탄이 살기 적합한 지역과 겹친다고 20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인도네시아 목재회사 마야와나 뻐르사다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숲 1만4000헥타르를 개간하는 등 산림벌채를 확대했다. 반년 만에 뉴욕 센트럴파크 40배에 달하는 숲을 베어낸 셈이다. 그중 93%인 1만3000헥타르는 오랑우탄이 서식한다고 알려진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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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목재회사가 개간한 숲 면적. 붉은 영역은 올해 7~8월 벌채한 숲, 하얀 영역은 목재회사가 소유한 전체 숲 면적. (사진 Aidenvironment)/뉴스펭귄
인도네시아 목재회사가 개간한 숲 면적. 붉은 영역은 올해 7~9월 벌채한 숲, 하얀 영역은 목재회사가 소유한 전체 숲 면적. (사진 Aidenvironment)/뉴스펭귄

회사가 벌채한 숲은 오랑우탄 2500마리가 서식하는 10만8000헥타르 규모의 국립공원과 6800헥타르 면적의 이탄지와 맞닿아 있다. 이탄지는 식물의 잔해가 물이 고인 상태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수천 년에 걸쳐 퇴적돼 만들어진 땅이다. 이탄지는 숲에 의존하는 오랑우탄이 안정적인 식량을 얻는 핵심 서식지로,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이탄지는 주로 보르네오오랑우탄의 서식지로 여겨진다.

오랑우탄 보존을 지원하는 팔룽재단에 따르면 이 목재회사의 벌채 허가지의 60%가 이탄지에 속한다. 에디 라만 팔룽재단 관계자는 "오랑우탄이 살기 적합한 이탄지가 벌채 허가지와 하나의 숲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이곳에 보르네오오랑우탄이 서식한다고 예측할 수 있다"고 몽가베이에 말했다.

환경 컨설팅업체 에이드인바이런먼트의 크리스 윅스는 "보르네오오랑우탄은 이미 야생에서 멸종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에 남은 서식지 내 산림벌채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숲을 밀면 야생동물은 인근 숲으로 이주할 것"이라며 "주변 이탄지가 오랑우탄으로 붐비게 되면 유인원 사이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르네오오랑우탄. (사진 체스터동물원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보르네오오랑우탄. (사진 체스터동물원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한편, 보르네오오랑우탄 개체수가 감소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살해'다. 퀸즐랜드대 연구진은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마을의 30%에서 보르네오오랑우탄이 적어도 1마리 이상씩 살해됐다는 연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연구진이 79개 마을을 방문해 주민 431명과 인터뷰한 결과, 마을의 3분의 1은 보르네오오랑우탄 불법 살인을 증언했다고 밝혔다. 보르네오오랑우탄은 인근 농가의 작물을 습격하거나 벌목 작업 중 사람과 대면했을 때 살해당한다. 또 새끼 오랑우탄을 키우기 위해 어미 오랑우탄을 죽이기도 한다.

연구에 참여한 에밀리 매싱엄 박사과정생은 "현재 진행 중인 보존 프로젝트만으로 보르네오오랑우탄 개체수 감소를 막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접근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 방법으로 지역사회와 협력을 제시했다. 매싱엄은 "주민들의 필요와 관점을 이해하는 동시에 오랑우탄을 살해하는 사회적 요인을 찾아내 인간과 오랑우탄 사이 갈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르네오오랑우탄은 1999년에서 2015년 사이 약 15만 마리가 사라졌다. 2016년 기준 보르네오오랑우탄 약 5만7300마리만 야생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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