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를 바다로'…초등생들 지역축제 참가한 사연

  • 이수연 기자
  • 2023.10.10 15:41
돌고래 방류를 촉구하는 이준서 학생의 편지.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돌고래 방류를 촉구하는 이준서 학생의 편지.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저희 친구 돌고래가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난 7일 서울 강북구 한신대학교 잔디밭. 지역 커뮤니티들이 한데 모여 부스를 운영하는 축제가 열렸다. 지역민들은 이곳저곳에서 가을 분위기를 즐겼다. 그중 돌고래가 그려진 흰색 머리띠를 쓴 어린이들은 이렇게 외치며 작은 상자를 들고 돌아다녔다.

먹거리 부스와 상품 판매, 체험 부스로 가득 찬 이곳에서 유일하게 캠페인 부스를 운영한 대안교육기관 삼각산재미난학교 학생들이다. 이들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 사는 돌고래를 방류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손에 든 상자는 '돌고래 방류를 위한 자율후원'이라고 적힌 모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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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에서는 우드락을 오각형 모양으로 이어붙여 만든 돌고래 방류 캠페인이 전시됐다. 해당 전시에는 '그만 가둬', '돌고래를 살려주세요', '자유를 꿈꾸는 돌고래'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가을여행으로 울산에 가려고 함께 조사하던 중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돌고래들이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캠페인 취지를 소개하는 글도 있었다.

'그만 가둬'라는 문구가 적힌 돌고래 방류 캠페인 전시.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그만 가둬'라는 문구가 적힌 돌고래 방류 캠페인 전시.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이날 캠페인에 참가한 11세 박나다움 학생은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돌고래 방류에 힘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캠페인에 함께하고 싶었다"며 "불쌍한 돌고래를 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12세 이준서 학생은 "평생 수족관에 갇혀 같은 곳에 살다 죽는 돌고래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담임교사 한효진 씨는 "동물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동물 만지기 체험처럼 생명을 소비하는 여행이 정말 괜찮은지 우리 안에서 의문이 생겼다"며 "이번 학기에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여행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고래는 스스로 갇혀 있다는 것을 알 정도로 지능이 높은 동물"이라며 "수족관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과 같이 깨닫고 캠페인을 열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왼쪽부터 박나다움, 이준서 학생과 담임교사 한효진 씨.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왼쪽부터 박나다움, 이준서 학생과 담임교사 한효진 씨.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모금함을 들고 있는 박나다움 학생.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모금함을 들고 있는 박나다움 학생.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학생들은 이외에도 돌고래 방류 찬성 스티커를 부착하는 캠페인과 모금을 진행했다. 지나가던 주민들은 부스를 살펴보며 스티커를 붙였다. 이날 모인 후원금은 돌고래 방류 활동에 나서는 울산환경운동연합에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는 큰돌고래 네 마리가 남아 있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은 울산 남구청 산하 기관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울산 남구청과 해양수산부에 큰돌고래 방류와 바다쉼터 마련을 지속해서 요구 중이다. 이곳 큰돌고래들은 고래 학살지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 마을에서 불법 포획돼 들어왔다.

수족관 안에서 태어난 돌고래들은 곧바로 야생에서 살 수 없다. 대안으로는 야생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고래 바다쉼터'에 잠시 머무는 방법이 있다. 해양수산부는 경북 영덕을 우리나라 최초 바다쉼터 후보지로 선정하고 정부에 예산을 신청했으나, 기획재정부는 2024년도 바다쉼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바다쉼터만이 아니라 해양생물보호구역 등 예산도 '0원'으로 편성했다.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들. (사진 고래생태체험관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들. (사진 고래생태체험관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린 듯하다"며 "기재부는 수족관 돌고래 21마리를 전부 방류한 후에 바다쉼터 활용도가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는데, 치료를 마친 점박이물범이나 바다거북과 같은 다른 해양동물의 야생 적응훈련 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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