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채굴 "필수불가결" vs "생태계 파괴 행위"

  • 남예진 기자
  • 2023.07.04 18:20
심해저에서 관측된 망간단괴. 동그란 암석처럼 생긴 것이 망간단괴다. (사진 
심해저에서 관측된 망간단괴. 동그란 암석처럼 생긴 것이 망간단괴다. (사진 미국해양대기청 NOAA)/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금속광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심해채굴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전기차 등을 확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 여파로 니켈, 구리, 리튬, 코발트 등 금속광물과 희토류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세계은행은 리튬, 코발트 등의 수요가 2050년까지 500%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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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질조사국은 심해저의 광물들을 채취할 경우, 2065년까지 금속 수요의 35~45%를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망간단괴와 해저 화산에서 형성된 다금속 황화물 (사진 극지연구소, flickr James St.)/뉴스펭귄
왼쪽부터 망간단괴와 해저 화산에서 형성된 다금속 황화물 (사진 극지연구소, flickr James St.)/뉴스펭귄

이에 각국 정부와 기업은 광물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심해저의 △망간단괴 △다금속 황화물 △코발트각 등을 채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심해저에 매장된 광물의 위치를 나타낸 지도. (사진 Urgent assessment needed to evaluate potential impacts on cetaceans from deep seabed mining 논문)/뉴스펭귄
심해저에 매장된 광물의 위치를 나타낸 지도. (사진 Urgent assessment needed to evaluate potential impacts on cetaceans from deep seabed mining 논문)/뉴스펭귄

심해저자원의 관리와 해저광물 개발·탐사를 감독하는 국제해저기구(ISA)는 심해광물 탐사 계약을 총 31개 허가했다. 다만 현재까진 시범 채굴과 자원 탐사만이 허가되며, 상업적 목적의 채굴은 불가능하다.

한국 정부도 북서태평양과 중동부 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larion-Clipperton Zone, CCZ)' 내 해저광물 자원 탐사 계약을 맺고 연구와 개발을 진행 중이며, 향후 개발권 확보를 추진할 예정이다.

2016년 당시 ISA측은 심해채굴로 인한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규제 논의를 미뤄왔다.

이에 2021년 나우루공화국은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 따라 올해 6월까지 규제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심해채굴을 속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ISA가 다가오는 9일까지 규제안을 발표하지 못한다면, 무분별한 심해채굴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심해채굴 반대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심해채굴 '불가피'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연구진은 10억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때, 육상 광상보다 심해채굴을 통한 광물 채취가 탄소 배출량을 94% 감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광산업체인 더 메탈스 컴퍼니(The Metals Company, TMC)는 심해채굴을 통해 육상 광상 개발로 인한 산림훼손, 독성폐수 유출, 토양오염 등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콩고 등에선 아동 노동착취 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니켈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열대우림과 같이 탄소 저장에 이바지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에 매장돼 있지만, 심해저의 광물을 채취할 경우 별도의 채굴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양의 광물을 채굴했을 때, 더욱 고품질의 금속을 채굴할 수 있으며 광산 폐기물이 더 적게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에 미칠 파장도 적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TMC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열대우림과 달리 심해저에 서식하는 생물체는 많지 않기 때문에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해채굴은 '해양 생태계 파괴 행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망간단괴 등을 채굴할 경우, 해저 퇴적물이 부유하게 되면서 해양생물의 시야 확보를 방해할 뿐 아니라, 고래 등 여과섭식자의 먹이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하와이대학교 연구진은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유물이 다랑어, 오징어 등의 어획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생물종의 서식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와 영국 엑서터대학의 연구 보고서에서도 고래들이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탓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 서식하는 생물들. 해삼, 산호, 선충 등 다양한 생물들이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 터를 잡고 있다. (사진 How many metazoan species live in the world’s largest mineral exploration region? 논문)/뉴스펭귄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 서식하는 생물들. 해삼, 산호, 선충 등 다양한 생물들이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 터를 잡고 있다. (사진 How many metazoan species live in the world’s largest mineral exploration region? 논문)/뉴스펭귄

최근 CCZ에서 미확인 생물이 5000종 이상 발견되자, 심해저에 어떤 생물이 서식하는지 밝혀진 바가 적으므로 개발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해양생물학자 디바 아몬(Diva Amon) 박사는 "CCZ에는 많은 수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들은 작지만, 생태계에 중요한 존재"라고 영국 매체 타임스(TIMES)와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망간단괴는 중요한 금속광물이 포함돼있지만, 심해저 생물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사진 미국해양대기청 NOAA)/뉴스펭귄
망간단괴는 중요한 금속광물이 포함돼있지만, 심해저 생물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사진 미국해양대기청 NOAA)/뉴스펭귄

영국 금융 싱크탱크 플래닛 트래커(Planet Tracker)는 육상에서 광상을 개발할 경우 1만~10만㎦ 크기의 생태계가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심해채굴 시 2500만~7500만㎦에 달하는 생태계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세계 담수를 합한 것보다 큰 규모다.

특히 심해저의 말미잘, 갑각류 등은 망간단괴를 터전으로 삼는데,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생성되기까지 수백만 년 이상 소요된다. 그러므로 심해채굴이 심해저 생물들에게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해저의 생물다양성 연구를 위해 설치되는 인공물. 심해채굴 지지자들은 이를 이용해 생물다양성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 네덜란드 왕립 해양연구소, NIOZ)

이에 심해채굴 지지자들은 점토로 제작된 인공물을 설치함으로써, 생태계에 미칠 파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플래닛 트래커는 1㎢에 분포하는 광물을 채굴할 때 필요한 비용은 270만 달러(약 35억원)인 반면, 인공물을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530만~570만 달러(약 69억~74억원) 가량 소요되므로 채굴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열수 분출구 주변엔 구리, 아연, 금, 은 등이 풍부하다. (사진 미국해양대기청 NOAA)/뉴스펭귄
열수 분출구 주변엔 구리, 아연, 금, 은 등이 풍부하다. (사진 미국해양대기청 NOAA)/뉴스펭귄

한편 심해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 때문에 많은 기업과 국가는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심해채굴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SDI △볼보(Volvo) △BMW △구글 등은 심해채굴로 인한 심해생태계와 생물다양성 파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심해채굴의 안전성이 입증되기까지 심해채굴을 하지 않겠다"며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의 심해채굴 방지 캠페인에 동참했다.

당시 WWF는 보도자료를 통해 "심해채굴은 막을 수 있는 재앙"이라며 기업들의 참여에 환영을 표했다.

또 IUCN 회원국인 프랑스, 독일, 피지, 팔라우, 사모아 등 12개국의 지도자들도 심해채굴을 중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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